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옛 일본의 에도(오늘날의 도쿄)는 무사들의 도시였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틀어쥔 쇼군의 본거지였다. 수많은 무장들이 이곳에 살며 언제나 전쟁에 대비했다. 권력을 위한 혈투라는 ‘동물성’으로 점철된 땅이었던 셈이다.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은 에도의 ‘식물성’에 주목한다. 센고쿠(전국) 시대와 에도 막부 시대를 살아간 거친 무장들이 사실 식물 애호가였다는 이야기를 통해서다. 센고쿠 시대를 주름잡았던 오다 노부나가는 화려한 꽃과 함께 수수한 옥수수꽃도 가까이 한 무장이었다.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성대한 벚꽃놀이를 자주 열었다. 태평시대의 기초를 닦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성 안에 자신의 전용 약초원을 가꿔 직접 약초를 달여 먹기도 했다.

식물에 대한 무장들의 관찰력은 대단했다. 각 식물의 특징을 꿰뚫고는 전쟁이나 생활에 활용했다. 무장들이 성 안에 소나무를 많이 심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소나무 표면을 벗기면 하얗고 얇은 껍질이 나오는데, 여기에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다. 전쟁 등 외부로부터 식량 공급이 차단됐을 때 성 안 백성들은 소나무 껍질을 가루로 만든 뒤 쌀을 보태 떡을 만들었다. 후쿠오카 초대 번주였던 구로다 나가사마는 무기고 벽을 대나무로 만들었다. 전쟁 시 즉시 활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나무는 단순한 끈이 아니라 고사리로 엮었다. 말린 고사리는 물에 불리면 식량이 되기 때문이다.

무사들의 식물 사랑법을 읽다 보면 에도가 ‘폭력’과 ‘미학’이 기묘하게 뒤섞인 신비한 ‘식물도시’로 다시 보인다. (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56쪽, 1만5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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