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뒤 첫 TV 토론회가 어제 열렸다. 열기는 가득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경제·외교·안보 분야 현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주최 측은 5년 전 대선 토론회 방식에서 변화를 줬다. 언론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선정한 한국기자협회 공통질문 내용을 후보들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맞대결 기회도 늘렸다. 시청자들이 누가 더 자질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토론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을 것 같다. 토론 방식을 개선했다지만 ‘학예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상됐던 질문과 모범 답변이 반복됐다. 그 내용도 경선 토론회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것을 재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답변 한마디 듣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면서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흥행을 이끌지도 못하는 한국의 대선 토론과 달리 미국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상대를 일순간에 제압하곤 한다. 로널드 레이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0년 현직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와의 대선 토론회 때 “경기침체는 당신의 이웃이 일자리를 잃을 때이며, 불황은 당신이 일자리를 잃을 때다. 그리고 경기회복은 지미 카터가 일자리를 잃을 때”라고 말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토론회는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모범 답안에 의지하지 않고 정책과 이념을 자기식의 언어에 명쾌하게 담았다.

반면 한국 대선 토론회는 별다른 새 상품 없이 가짓수만 많은 ‘만물 박람회’ 같다. 앞으로 네 번의 토론회가 남아 있다. 후보들의 능력을 제대로 판별할 수 있게 방식을 확 바꿀 필요가 있다. 유력 후보끼리 양자 끝장토론을 통해 진검승부를 펼치는 방안을 도입해볼 만하다. 미국과 같이 날짜별로 특정 주제 한두 개를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변별력을 가리기 힘든 토론회는 ‘깜깜이 투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슴 뻥 뚫리게 하는 미국식 대선토론을 우리는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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