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성장률 전망 상향 검토

수출에서 시작된 훈풍, 생산·투자 증가로 이어져
민간소비까지 '선순환'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도 고용 이례적 큰 폭 증가
북핵·사드 등 리스크 여전…신중론도 만만찮아
한국은행 직원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게 ‘경제전망의 정확성’이다. 한은에서 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은 국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자타공인 ‘에이스’로 채워진다. 조사국 직원들이 각국을 닦달해 통계를 받고 밤을 새워가며 분석해 나온 숫자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다.

그래서 한은이 기존 전망을 갑자기 돌리는 건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한은이 지난 1월 0.3%포인트 내린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올리는 건 그만큼 국내 경기가 ‘상승’ 쪽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수출에서 시작된 온기가 생산 투자 소비를 거쳐 고용까지 확산된 것을 한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소비 우려했지만…

지난 1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2.8%)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민간소비 둔화’ 전망을 성장률 하향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치적 불확실성, 기업 구조조정, 고용시장 위축도 국내 경기를 어둡게 보는 요소였다. 이 총재는 “국내 상황에 경제 외적인 변화가 많아 그에 따른 심리 위축을 반영해서 하향 조정했다”며 “민간소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시점 국내 경기 밑바닥에선 온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시작은 수출이었다. 작년 11월 2.3%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하며 국내 경기의 우상향을 이끌었다.

생산도 개선세를 이어갔다. ‘슈퍼사이클’로 불리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공장들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재고가 감소했다.

◆수출 소비 개선에 긍정론 확산

공장이 돌다 보니 자연스럽게 설비투자도 늘었다. 지난 2월엔 1월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로 8.9% 감소했지만 1~2월을 합쳐놓고 보면 3.0% 증가했다. 분수령이 된 건 한은의 전망과 달리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었다. 2월 소매판매는 3.2% 증가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3.1%) 승용차 등 내구재(3.4%) 의복 등 준내구재(3.3%) 모두 고르게 늘었다.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조차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인다”며 “경기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12일 발표된 고용지표는 긍정론 확산에 쐐기를 박았다. 사실 3월 고용지표 개선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수출·소비 개선세가 고용지표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관심사는 개선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15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자 시장에선 ‘깜짝 실적’이란 평가를 내놨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가 완화된 것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1월 17만명에 달하던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은 2월 8만3000명까지 좁혀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조업 고용은 수출·생산 회복 영향 등으로 부진이 소폭 완화됐다”며 “2~3월 전체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반등해 지난 1분기 고용상황이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순환시계는 ‘상승국면’

수출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온기가 소비에 이어 고용까지 확산되면서 시장에선 ‘경기순환시계’가 이미 회복 단계를 넘어 상승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2월 지표 기준으로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건설기성, 수입액 등은 이미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구조조정, 북한 위험 등 대내외 리스크가 만만치 않아서다.

■ 경기순환시계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가 경기순환국면(상승, 둔화, 하강, 회복) 가운데 어디에 있는지를 좌표평면상에서 시계처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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