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경제비전

SOC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 과감한 투자

재정지출 증가율 연 3.5%→7%로 확대
4차산업 혁명 등 10대 핵심분야 집중 투자
공정거래위원회 전면 개혁…대기업 '갑질' 근절

< “취임 즉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제이노믹스’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문 후보 캠프의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은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경제분과 부위원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밝힌 경제비전은 ‘사람 중심의 경제’다. 균형 있는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위한 경제질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정책 구상을 담은 ‘제이(J)노믹스’의 큰 틀은 ‘재정지출 확대’와 ‘대기업 주도 경제구조 개혁 및 공정경제’로 요약된다.

“낙수효과 한계 확인”

문 후보는 이날 J노믹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기업에 사회적 자원을 몰아주고 기업에 투자하면 그 혜택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산업화시대의 ‘낙수효과’ 경제정책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화시대를 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람에게 투자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살리는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문 후보의 생각이다. 정부가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에 투자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산업발전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J노믹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알려진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법안(ARRA 2009)’을 모델로 삼았다. ARRA는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을 추가 집행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문 후보는 재정확대 방향과 관련해 “사회간접자본(SOC)에만 집중 투자했던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보건복지, 신농업 6차산업화, 국민생활안전, 환경, 문화관광예술체육,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서비스 분야 등 10대 핵심분야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후보가 공약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문 후보는 취임 후 즉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도 공개했다.

2020년 정부지출 500조원 이상

문 후보는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3.5%에서 7%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정부지출 규모는 지난해 386조원에서 2020년 506조원으로, 4년간 120조원 불어난다.

재정충당과 재정집행 원칙에 대한 밑그림도 제시했다. 재정충당은 매년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고려해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에서 50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부족분은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과 일부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 축소, 중복 비효율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증세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재정집행에선 민간주도 집행체계를 구축하고 성과계약 제도를 중심으로 효율성을 담보하는 등 정부 주도 재정집행 관행을 탈피하겠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역시 완전 재검토할 방침이다.

공정경제 위한 재벌 개혁
J노믹스의 또 다른 키워드는 ‘공정경제’다. 재벌 주도형 산업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대기업의 갑질은 경제 적폐이자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제시한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면 개혁이다. 공정위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와 집단소송, 단체소송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 운용 체제를 개혁하고, 국민연금을 정부가 발행하는 보육, 임대주택, 요양 관련 국공채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주권(의결권) 행사 모범규준(스튜어드십 코드)도 즉각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문 후보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산업분야에 대해 네거티브 방식 규제 도입, 일몰제 적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사전 규제나 투자자 보호도 없는 완전경쟁 형태의 벤처캐피털시장을 만들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기술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투자시장 영역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은정진/서정환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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