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업구조가 최상위에 있는 소수의 기업이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체제로 굳어지면서 월가의 투자자들도 고민에 빠지고 있다. 상장기업의 감소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위 100대 기업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을 가져가는 비율이 최근 20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1975년 이 비율은 48.5%로 절반에 못미쳤지만 1995년에는 52.8%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율이 84.2%에 달했다.

WSJ는 애플을 단적인 예로 들며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레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3분기에 애플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85억 달러로 전체 스마트폰 업계 영업이익 94억의 91%를 차지했다. 아마존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달 말 블룸버그가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2위 부자에 올랐다.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보유지분의 가치 756억달러로 뛰어오른 결과다.

WSJ는 IT기술 등의 발달로 시장지배기업의 이윤 확대가 더욱 쉬워졌다며 과거와 달리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비용의 상승폭이 극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와 통신회사를 예로 들며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가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익은 크게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승자독식 산업구조가 투자자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상장기업의 감소다. 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말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숫자는 7500개가 넘으며 최고조에 달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15년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3766개로 감소했다.

WSJ는 승자독식 경제하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쉬운 투자법은 인덱스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기업들이 미미한 이익을 나눠갖거나 손해를 보는 승자독식 산업구조에서 투자실패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모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인덱스 펀드가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저렴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며 “승자독식의 산업구조 변화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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