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기싸움 속 불거진 북핵타격론
한국은 외교 부재에 대선 표만 계산
한·미동맹 의지 따라 운명 갈릴 것"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과연 미국은 북핵을 선제타격할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북핵과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는 외교적 수사를 내놓았을 뿐 공동성명도 기자회견도 없었다. “전혀 아무 것도(absolutely nothing) 얻은 것이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이야말로 이번 회담의 속사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땅을 밟기 전, 미국은 시 주석 면전에 수많은 카드를 펼쳐 보였다. 한·미 훈련을 통한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제재, 북한이 정상회담 직전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갈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간결하지만 묵직한 경고에 이어 “중국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한다”는 트럼프 자신의 기자회견까지, 미국의 ‘사전(事前) 북치기’는 전례 없는 것이었다. 손님을 안방으로 불러놓고 감행한 시리아 공습은 시진핑을 향한 미국식 ‘겁박 시리즈’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드 보복 해소 같은 의제는 단 한 줄도 비치지 않은 채 북한을 두둔하는 동의어나 다름없는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시진핑의 노회한 상투적 응수는 어쩌면 뻔한 수순이었다고 봐야 한다. 정상회담이라는 외교행사는 실무자들이 용(龍)의 그림을 미리 다 그려 놓고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회담이 있기까지 미·중 양국 실무진 간에 엄청난 대화와 사전조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아무런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상회담 당일에도 티격태격 싸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양국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적이고, 그 양태가 항구적이며 상호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 이번 회담의 주요 결론이라면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시진핑에게 ‘짖기만 하는 개(barking dog)’ 취급을 당했다고 느낀다면 바로 이런 불쾌감이 트럼프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선택안 중 우리에겐 재앙이 될 북핵 선제타격을 우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타격 여부는 김정은 하기에 달려 있지만, 불편한 진실은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일부 아랍권 시민의 입국 거절을 위한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이 좌절되는 등 트럼프 인기는 최저수준을 맴돌고 있다. 그러니 시리아 공습, 한반도 긴장 등 외부상황을 국내정치 반전 카드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CNN,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은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독자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경고했다”는 점을 재확인한 틸러슨의 별도 기자회견은 물론, 항모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전개 등 조치에 대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여기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는 선거에 파묻혀 “전쟁이야 나겠느냐”는 안일한 안보의식 속에 표 계산만 할 뿐이다. 탄핵사태로 근 1년간 지속된 무정부 상태는 미·중·일 그 어떤 핵심적 파트너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선거 이슈 중 하나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미·중 간 기싸움의 핵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대상을 놓고 대선후보들은 ‘용인과 반대’로 갈려 싸우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북핵타격에 따른 부담감은 특정후보의 한·미 동맹 유지여부 의지에 따라 그 경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한반도 운명을 결정짓는 주요변수로 봐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건 우리가 운명적으로 안고 가야 할 업보인지 모른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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