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 원전 수출' 막는 국회의원 28명

입력 2017-04-11 17:33 수정 2017-04-12 08:56

지면 지면정보

2017-04-12A1면

영국 원전 건설 나선 한전에 "사업 중단하라" 압박
협력 중소기업 일감도 날릴 판

"원전 수출은 문재인·안철수의 탈원전 정책에 반하는 것"
'탈핵' 국회의원들 주장

"제2 자원외교 사태 우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국회의원 28명이 국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원전 수출까지 철회하라는 주장을 들고나왔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영국 원전건설사업 수주를 겨냥해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의 원전 수출이 국회의 벽에 막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인 한전이 원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으로 좌시할 수 없다”며 “영국 무어사이드원전사업 참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주요 대통령선거 후보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한전을 압박했다.

한전이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 영국 원전은 사업비용만 150억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한다. UAE 원전보다 많다. 당사자 격인 한전은 물론 관련 민간업계는 국회가 원전을 정치적 이슈로 꺼내는 것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원전 관련 업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국내 원전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렇다 쳐도 수출까지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UAE 원전에 비상발전기 제어시스템을 납품한 라텍의 최정삼 대표는 “우리도 영국 원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며 “무산된다면 많은 중소기업이 큰 매출을 올릴 기회를 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 원전 수출에는 80여개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탈핵의원모임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민주당에선 우 의원을 비롯해 김영춘 김해영 강병원 김경수 김경협 김상희 김정우 박재호 박홍근 백재현 서형수 송옥주 원혜영 유은혜 이학영 인재근 전재수 전혜숙 최인호 홍영표 의원이, 국민의당에선 김종회 박선숙 이찬열 의원이, 정의당에선 노회찬 의원이, 무소속 윤종오 서영교 홍의락 의원이 참여해 있다.
한국전력이 참여를 추진 중인 영국 원전 건설사업은 무어사이드 지역에 총 3.8GW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것이다. 당초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엔지가 이 프로젝트를 따냈으나 도산 위기에 몰린 도시바가 철수를 검토 중이다.

두 회사는 영국 원전 건설을 위해 뉴제너레이션(뉴젠)이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지분율은 도시바 60%, 엔지 40%다. 한전이 뉴젠 지분을 인수할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다. 엔지는 뉴젠 지분을 도시바에 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도시바 측과 맺었다. 탈핵의원모임은 “도시바가 투자 위험을 한전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제2의 자원외교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원전업계의 견해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건설 수주뿐 아니라 발전소를 장기간 위탁운영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매년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건설 수주액이 186억달러였고, 60년간 맺은 발전소 위탁운영 계약의 예상 매출은 494억달러다. 위탁운영을 통한 매출이 자동차 228만대, 휴대폰 52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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