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소하고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09. 2. 9. 자 2008스105 결정>

1.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69. 9. 30. B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 사이에서 아들인 C와 D를 낳았으나, 망인과 B 사이에 1994. 6. 10. 이혼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후 망인과 청구인 P는 2001. 7. 20. 망인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P의 주소로 옮기고 2002. 5. 14. 주민등록상 세대를 합하는 등 사실상 부부로서 동거하며 생활해 왔다. 망인이 2007. 3. 12. 배드민턴을 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국립경찰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C와 D는 2007. 4. 16. 망인을 요양병원으로 옮겼으나, 망인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07. 5. 10. 사망하였다. 한편 P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07. 4. 18. 사실혼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망인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 사건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했다. 그런데 그 심판청구서가 폐문부재를 사유로 망인에게 송달불능되었고, 위 법원이 2007. 5. 14. P에게 주소보정을 명하자, P는 2007. 6. 8. 상속인들인 C와 D로 하여금 이 사건 소송절차를 승계하도록 해달라는 신청(소송절차수계신청)을 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사실혼관계의 당사자 중 일방인 망인이 갑자기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고 그 의식불명기간에 다른 당사자인 P가 한 사실혼관계를 해소하는 의사표시를 수령하지 못한 상태에서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경우 그 사실혼관계는 P의 의사표시에 의해서 해소된 것이 아니라 망인의 사망으로써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P에게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P의 수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08. 9. 30. 자 2008브7 결정).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다. 그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실혼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P의 사실혼관계 해소의 의사가 진정하지 않다고 볼 근거가 없다. P가 사실혼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며 이 사건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함으로써 P와 망인의 사실혼관계는 P의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되었고 공동생활의 사실도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사실혼관계의 해소에 따라 P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사건 재산분할심판청구 이후 일방 당사자인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그 상속인들에 의한 수계를 허용함이 상당하다.”

3. 해설

가.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가?

사실혼이란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래서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으나, 부부재산에 관한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법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이를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 생존한 상대방에게 상속권도 인정되지 아니하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은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리의 법제에 기인한 것으로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해석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헌법재판소 역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은 아니라고 했다(헌법재판소 2014. 8. 28. 선고 2013헌바119 결정).

나. 사실혼관계를 어떻게 일방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사실혼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며,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해소된 때에는 유책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데 지나지 않는다.

즉 사실혼관계는 당사자 일방이 언제든지 마음대로 파기하여 해소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사건처럼 일방이 의식불명이 된 상태에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사실혼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전자로서는 사실혼이라는 중대한 신분관계의 변동을 알 수 없어서 부당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① 상대방이 의사능력이 없거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인 경우 등에서의 재판상 이혼과의 균형상으로도 굳이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 및 그 수령 등을 그 해소의 요건으로 할 필요는 없고 ② 현재 우리 판례는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한 사실혼관계 해소의 경우에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상태를 전제로 하더라도 재산분할청구제도의 제반 취지를 살릴 방도가 무엇인지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 및 그 수령은 사실혼 해소의 요건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실혼관계를 일방의 의사에 의해 해소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이 그러한 의사표시를 수령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상판결의 원심도 이와 같은 생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다(민법 제111조 제1항).

여기서 도달이라 함은, 상대방의 지배범위 내에 들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생겼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소장에 의하여 어떤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그 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되어야 도달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폐문부재로 송달불능이 되었고, 당시 망인은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의사표시의 수령능력도 없었다(제112조 본문). 수령능력이 없는 자에게 어떤 의사를 표시하여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에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제112조 단서). 그렇다면 의식불명인 남편과의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편을 위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토록 가정법원에 신청하여 그 후견인에 대해 사실혼 해소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사실혼관계를 해소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고 사실혼관계 해소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남편이 사망하여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재산분할청구제도의 제반 취지를 살릴 방도가 무엇인지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취지를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꼭 의사표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남편이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후 아내가 남편과 더 이상 살기 싫어서 집을 나가버리면 그 자체로 사실혼관계는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볼때, 사실혼관계의 해소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 및 그 수령을 요하지 않는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 재산분할청구권과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이 될 수 있을까?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청구가 병합된 경우,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은 부부의 일신전속적 권리이므로 이혼소송 계속 중 배우자의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상속인이 그 절차를 수계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또 그러한 경우에 검사가 이를 수계할 수 있는 특별한 규정도 없으므로 이혼소송은 종료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혼의 성립을 전제로 하여 이혼소송에 부대한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를 유지할 이익이 상실되어 이혼소송의 종료와 동시에 종료한다.

그렇다면 이혼이 일단 성립한 후에 아직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하거나 또는 재산분할청구를 한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그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되는가? 이에 관하여는 이혼이 성립한 것을 전제로 하여 당사자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졌거나 재산분할청구를 한 후에 청구권자가 사망한 때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상속되고, 청구의 상대방이 사망한 때에는 재산분할의무가 상속된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은 권리행사 여부를 당사자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므로 분할협의나 분할청구 등 권리행사의 뜻이 분명해진 경우에 한하여 상속될 수 있다고 본다. 대상판결 역시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뒤 재산분할청구를 하였는데 그 후 상대방이 사망한 사안에서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였으므로 재산분할의무의 상속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재산분할청구가 있은 후에 청구의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만 재산분할의무의 상속을 인정한다는 취지인지,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에도 재산분할의무의 상속을 인정한다는 취지인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김상훈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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