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야구광들이 만든 야구 앱
"우리는 개발자 겸 애용자…기술 보다 필요한 기능 담았다"

'U+프로야구' 앱을 만든 송민우 LG유플러스 UX센터 UI팀 차장(왼쪽)과 구태형 모바일비디오서비스 담당. 그들은 U+프로야구를 "'기록의 스포츠' 야구를 끊김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앱"이라고 소개했다. / 사진=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자네 야구 좋아하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투수. 포수. 불펜…. 송민우 LG유플러스 UX센터 UI팀 차장은 출근길 센터장의 느닷없는 질문에 잠이 달아났다. 짧은 순간 머릿속엔 수십가지 답안이 떠올랐다.

"솔직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야구선수도 아닌데 나한테 이런 걸 왜 묻지'였어요.(웃음)"

답변은 중요하지 않았다. 송 차장은 지난 1월 프로야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 'U+프로야구'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했다. TF 출범 날 송차장은 팀원들의 구성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개발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각 직무별로 회사에서 내노라하는 '야구광'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야구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떠올랐다. 외인구단처럼 서로 다른 부서에서 다른 일을 해오던 사람들이 오직 '야구'라는 관심사 하나로 팀을 이뤘다. 서울대 야구부 매니저, 한국야구위원회(KBO) 코칭스쿨 출신 등 경력들도 화려했다. 송 차장 역시 1년에 직관(직접 관람) 20번은 기본, 포스트시즌엔 빠짐없이 야구장으로 향하는 야구 마니아였다.

U+프로야구의 개발자이자 애용자인 송민우 차장은 "개인적으로 재밌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앱이 나와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8인으로 구성된 TF 지휘는 구태형 LG유플러스 모바일비디오서비스 담당이 맡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외인구단과 같은 빡빡한 훈련이 시작됐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즐거움이 앞섰다.

TF 회의는 시작만 하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구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8명은 의견을 내는 데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3월 말 프로야구 개막 전에 앱을 출시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매일 새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자발적 야근과 밤샘 회의도 계속됐다. 주변에서는 '힘들겠다'며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당사자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 보다 '야구가 있는 삶'이 더 중요했다.

"보통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의견이 다를 때 서로가 '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설득하곤 하거든요. 이번에는 팀원 모두가 의욕이 넘치고 지식도 많다보니 발전적인 작업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디자이너에 A를 요청하면 디자이너가 이를 수락하면서 또 다른 B를 제안하는 식이었죠."(송 차장)

사전 조사 참가자들의 열의도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은 서비스 개발 전 100~200명 수준으로 조사를 벌여왔으나 이번에는 3개월 동안 500명이 넘는 고객들을 만났다. 야구 직관 카페에 조사 참가자 모집 글을 올리자 신청자가 줄을 섰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고객 조사를 많이 진행해봤지만 이번처럼 참가자 모두가 적극적인 적은 처음이었어요. 대부분 직장인이다보니 퇴근 후 저녁 7시께 모이면 미팅이 2시간은 기본이었어요. 야구에 열정이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다보니 더 좋은 앱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송 차장)

조사에서는 나름 야구광이라고 자부한 팀원들도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왔다. 휴가 때마다 미국, 일본 구장을 순회한다는 한 30대 남성은 벤치클리어링을 모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안하기도 했다.

로밍·광고 사업부 등을 거쳐 작년 12월 미디어플랫폼서비스사업부에 합류한 구태형 담당은 "자리를 옮긴 후 만든 첫 서비스인 만큼 U+프로야구가 더 각별하다"며 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양한 목소리 가운데 공통된 의견은 '한 화면에서 끊김 없이 경기와 정보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하잖아요. 투수·타자간 전적 같은 기록을 확인하면서 경기를 보면 훨씬 재밌어요. 문제는 포털의 기존 스포츠 중계 서비스에선 이런 기록이나 정보를 확인하려면 보고 있던 경기 화면을 끄고 창을 나갔어야 했어요. 궁금한 정보가 있을 때마다 경기를 계속 끊어야 하는 게 불편했었죠."(구 담당)

"야구팬 중에는 '감독놀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경기를 보면서 마치 감독처럼 선수 등판이나 전략에 훈수를 두는 거에요. 그런 분들이 특히 투수와 타자 간 전적을 볼 수 있는 기능을 넣어달라고 강하게 주장했어요. 'A 투수는 B 타자에게 약하니까 내 작전이 맞다'는 걸 기록으로 보여주고 싶대요.(웃음)"(송 차장)

두 사람은 야구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시청 본연의 기능에 출실하라'던 허구연 해설 위원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원론적이지만 참 와닿았어요. 저희 앱도 경기 시청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부가적인 기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구 담당)

실제로 U+프로야구의 주요 기능인 △득점순간 돌려보기 △방금 던진 공보기 △타자 vs 투수 전력분석 △최대 5경기 동시 시청 등은 모두 한 화면에서 경기를 시청하면서 이용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억지로 넣기 보다 고객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송민우 차장과 구태형 담당이 U+프로야구의 주요 기능들을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해 영화 '매트릭스' 효과 같은 기능을 넣고 싶다"고 밝혔다. / 사진=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LG유플러스에서 프로야구 앱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3월부터 운영해온 프로야구 앱이 있었고, 이를 대수술해 새롭게 내놓은 앱이 U+프로야구다. TF 결성 후 3개월도 채 안돼 앱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 개선 작업이 있었던 덕분이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앱은 3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만건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해마다 프로야구 관중은 100만명씩 늘고 있는데 우리가 만든 야구 앱 이용자 수는 그대로더라구요. 여기에 대한 고민이 현재 U+프로야구의 시작이었죠. 재밌게 만들었지만 걱정도 많이 했는데, 고객 반응이 뜨거워 기분이 좋습니다."(구 담당)
U+프로야구는 LG유플러스 고객들만 쓸 수 있는 독점 서비스다. LG유플러스가 자사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오직 고객 혜택을 위해 만든 서비스로 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없다. 흔한 광고도 붙지 않는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U+프로야구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통신사에도 앱을 개방해달라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당분간 처음 기획 의도 그대로 U+프로야구를 자사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앱 마켓, 야구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 중에 '야구 성지 앱'이라는 평가가 기억에 남아요. 저 같은 야구팬들이 진짜 만족하며 쓰는 앱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일부 이용자 중에는 광고도 안 붙는데 이러다 앱이 망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좀 더 욕심을 내자면 U+프로야구 때문에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바꾸고 싶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요."(송 차장)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게임·엔터 분야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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