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헬멧' 쓰고 사막서 조리…중동 건설밥 5만끼 책임집니다

입력 2017-04-10 17:43 수정 2017-04-21 11:28

지면 지면정보

2017-04-11A13면

식품업계 식식(食食)한 강자들 (1) 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의 무덤' 중동으로
식재료 운반 힘들고 국적 다양해
무슬림 조리사, 기도시간 땐 실종도
5년 한우물…매출 650억으로

'함바집'에서 수출기업 변신
라마단 식단·글로벌 메뉴 개발
급식 노하우 쌓이며 식자재 유통
미국에 냉면, 홍콩엔 한우 수출도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 현장에서 급식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직원들.

1960~1980년대 공장과 공사장에 함바집이 있었다. 직원들과 인부들 밥을 해주던 곳이다. 규모가 커지자 구내식당이 됐다. 대기업들은 아예 단체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렸다. 현대그린푸드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이다. 이들 기업은 급식, 식자재 유통, 외식 등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들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중동, 중국,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이끄는 ‘케이터링(K-tering)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식품업계의 숨어있는 강자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현대그린푸드로 시작한다.

한낮 최고 기온이 50도를 웃도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원전 건설 현장.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한국 등에서 온 조리사들이 현장 인력 약 1000명이 먹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머리에는 양배추가 하나씩 씌워져 있다. 한국 야구선수들이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사용한 ‘양배추 헬멧’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들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식자재 유통회사 현대그린푸드 직원들. ‘단체 급식의 무덤’이라 불리는 중동 지역에 2012년 진출해 지금은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 34개 건설 현장에서 하루 평균 5만5000끼의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진출 첫해 11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50억원으로 늘었다.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모래바람 뚫고 중동에 ‘급식 한류’

급식사업의 경쟁력은 원활한 물류와 인력이 좌우한다. 식자재도 마땅치 않고, 파견할 사람도 별로 없던 중동 지역이 단체 급식의 불모지로 불렸던 이유다. 노동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이다. 아워홈 등 다른 대형 급식 회사들은 그래서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중동에서 사업을 하는 건 현대그린푸드가 유일하다.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 12월 중동에 처음 진출했다. UAE BNPP와 아크부대 사업소의 급식 사업을 수주하면서다. 당시 현대그린푸드 재무팀은 “손익분기점만 맞춰도 잘한 것”이라고 했다.

가장 어려운 건 다양한 문화였다. 통역을 둬도 한계가 있었다. 국적, 언어,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바벨탑’을 연상시켰을 정도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운영 초기 배식을 하던 파키스탄 직원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많았다. 그는 하루 다섯 번씩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해야 하는 무슬림 조리사였다. 두바이에서는 돼지고기 자체가 통관이 안 돼 특별 허가를 받기도 했다. 김종원 현대그린푸드 해외운영팀장은 “처음엔 문화적, 언어적 장벽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슬림 조리사들을 위해 배식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교대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두는 등 현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은 보디랭귀지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말했다.

3년 내 해외급식 매출 1000억원 목표
5년간 중동 지역에서 한우물을 판 결과는 사업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이탈리아 급식 회사와 수주 경쟁을 벌여 승기를 잡았다. 수주 규모는 100억원 정도였다.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 KNPC와 알주르 신정유 플랜트(NRP-5) 프로젝트의 대형 급식 사업 건이었다. 올해 KNPC의 LNG 건설 현장에서 약 1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그린푸드는 중국, 쿠웨이트, UAE, 멕시코 등 4개국에서 50개 사업장을 운영한다. 중동에서만 19개 사업장에서 하루 최대 5만5000식, 한 끼당 1만9000여명분의 밥을 짓는 셈이다.

해외 급식 노하우가 쌓이면서 식자재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약 2500t의 농산물을 1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현지에선 한식 메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삼계탕, 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작년에는 미국에 냉면 레시피를, 홍콩에 최고 등급의 한우를 수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3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동희 현대그린푸드 푸드서비스 1사업부장은 “해외에는 한국식을, 한국 급식사업장에는 중남미, 중동지역 정통식을 소개하는 등 ‘크로스 오버’가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중동에서 복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