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10년 새 몸집을 13배로 불렸다고 한다. 2006년 107억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 1360억달러(약 155조원)로 급증했다. 아마존 행보는 좋게 봐서 사업다각화지 ‘문어발’이나 다름없다.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해 23년간 유통, 물류, 전자기기, 정보통신기술(ICT), 신문, 콘텐츠 배급 등 발을 안 뻗친 곳이 없다. 핵심역량 집중이라는 경영의 기본도 모르는 듯하다. 수익성이 좋지도 않다. 지난해 순이익률이 고작 1.74%다.
그런데도 미국에선 아마존을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념을 깬 새로운 시도’라며 경영학자들의 연구대상이다. 아마존이 만드는 ‘드림랜드’로 소비자를 묶을 것이란 평가다. 주가는 연일 최고치다. 시가총액이 올 들어 두 계단 올라 세계 4위(4월8일 기준 4253억달러)다. 삼성전자의 1.5배, 월마트의 2배다.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워런 버핏을 제치고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부자가 됐다.

만약 아마존이 한국 기업이라면 어땠을까. 베저스는 탐욕의 화신이란 여론의 화살을, 아마존은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적(敵)’으로 국회에 수시로 불려다녔을 법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기업환경이다. 미국에서 사업다각화가 한국에 오면 문어발이 되고 원가 절감은 원가 후려치기로, 적기 구조조정은 살인 해고로 둔갑한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거치며 다 해체돼 이젠 계열사가 망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데도 대선 때면 으레 손보겠다고 으름장이다.

언더도그마가 지배하는 한국에선 뭐든지 크면 두드려 맞는다. 법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 팬다. 중소·중견기업이 ‘피터팬 신드롬’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저성장과 좋은 일자리 부족의 진짜 원인은 경제력 집중이 아니다. 큰 기업이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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