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계 항공사 첫 여성 지사장
발권·기업영업 등 20년 경력 '눈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도입할 것"
“항공업이 매우 터프한 분야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항공사만큼 남녀 차별이 거의 없는 곳은 드물다고 봐요. 특히 외국항공사의 경우 최근 수년간 여성 임원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죠. 저도 어느새 이 부문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네요. 항상 ‘누군가 나를 롤모델로 삼을 것’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국내 항공계의 왕언니’로 통하는 박윤경 아메리칸항공 한국지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서소문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지사장은 특유의 활달한 웃음을 곁들여 “나같이 평탄하게 산 사람이 뭘 인터뷰할 게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가 풀어낸 얘기는 결코 평범하다고만 보긴 어려웠다.

박 지사장이 처음부터 항공사 취업을 꿈꾼 건 아니었다. 그는 연세대 사학과 졸업 후 학교 선배의 소개로 1991년 유나이티드항공에 마일리지 플러스 업무 담당자로 입사해 항공계와 연을 맺었다. 이후 발권 및 기업영업, 영업총괄부장을 거치며 경력을 쌓아갔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여성에게 취업의 문이 많이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만 해도 사람들이 ‘여자는 시집 잘 가면 그만’이란 말을 공공연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학교를 졸업할 때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여성 사원을 많이 뽑았어요. 그런 분위기 변화가 없었다면 취직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제 꿈은 현모양처였으니까요.”

그는 2008년 2월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가 5년 뒤인 2013년 2월 아메리칸항공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국내 외국항공사 한국지사에서 여성 지사장은 박 지사장이 유일하다. 그는 “본사에서 기업영업을 담당했던 경력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며 “어떤 분야보다도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만큼 내가 열심히 해서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장은 “외항사를 바라보는 국내 여행객과 비즈니스 승객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엔 ‘미국 항공사는 불친절하다’며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서비스가 시원시원하고 간결해서 좋다’고 하는 고객이 훨씬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포함된 노선에 비빔밥과 라면은 물론 술과 음료도 국산을 포함시키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한국 영화와 한국어 더빙 외화 비중을 많이 늘렸다”고 덧붙였다. “아메리칸항공을 비롯한 외항사들은 승무원을 지도할 때 안전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국내 항공사 승무원보단 덜 친절하단 인상을 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친절의 개념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과도한 친절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아울러 “세계 항공사가 점점 1등석을 줄이고 있으며 대신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좌석 세분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지사장은 이번에 아메리칸항공이 새로 도입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소개하며 “비즈니스석을 1등석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코노미석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해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중간 단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마 이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300개 좌석의 같은 비행기 안에서 300인의 서비스가 전부 다 다른 시대가 오는 거예요. 여객 패턴 변화 주기가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습니다.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겠죠.”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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