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48단→72단…생산성 30%·성능 20% 높여
도시바 등 업계 2~3위 제치고 세계 1위 삼성 턱밑까지 추격
과감한 투자로 격차 확 줄여

4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SK하이닉스 연구진이 반도체 웨이퍼와 칩, 개발 중인 1TB(테라바이트)급 메모리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들어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주력 제품이 될 3차원(3D) 낸드플래시의 4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 등 업계 2~3위를 제치고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5개월 만에 개발 성공

SK하이닉스는 10일 72단 3D 낸드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기존 48단 3D 낸드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1.5배 더 쌓을 수 있는 4세대 3D 낸드다. 지난해 11월 48단 낸드를 양산한 지 5개월여 만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존 제품보다 생산성은 30%, 칩 내부 동작 속도는 두 배, 읽기와 쓰기 성능은 2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3D 낸드는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수평(2D)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속도와 용량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같은 공간에서 얻는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기존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았지만 양산 기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지난 1월에야 4세대 3D 낸드를 양산했다. 2위권 업체인 도시바와 3위인 마이크론도 3세대 낸드 개발엔 성공했지만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D램 중심 반도체회사였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낸드시장 개척에 활발하게 뛰어들었지만 채권단이 소유했던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는 대규모 시설 투자를 꺼렸다.

◆‘SK 투자방정식’이 통했다

2012년 2월 SK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은 “낸드시장이 2D에서 3D로 바뀌는 시점이 (기존 업계 질서를 뒤흔들) 기회”라며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2012년 6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현재 SK하이닉스 유럽기술센터)와 미국 램드(현재 SK하이닉스 메모리솔루션센터)를 거의 동시에 인수했다. 낸드 칩의 성능을 키워줄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 회사를 포함, 2012년 이후 SK하이닉스가 사들인 해외 기업만 다섯 곳이다. 모두가 낸드 개발과 생산 기술을 높일 수 있는 연관 기업이다.

그럼에도 한번 뒤진 기술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낸드사업부는 2015년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의 3D 낸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목표 주가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회사 안팎에서 “3D 낸드 투자가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회장을 든든하게 밀어준 사람이 그룹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2015년 광복절 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이 처음으로 찾은 현장이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준공식이었다. 최 회장은 “현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과감하게 벗어나 투자 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를 확대하는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46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세 개의 반도체 거점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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