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 '공무원의 꽃' 국장 보직 부처별 희비

인기부처의 비애…인사적체에 '인공위성' 돌다 퇴직도

행시출신 비율이 만든 차이
타부처 사무관 많이 옮겨오는 기재부는 평균 한 두번 맡고
조직 커진 복지부·환경부, 많게는 여섯 번 '장수 국장'도

"기재부는 IMF·OECD 등 갈 곳 무궁무진" 반론도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중앙부처의 국장직은 ‘공무원의 꽃’으로 불린다. 공직사회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큰 부처의 경우 많게는 100명이 넘는 조직을 거느린다. 정책의 1차 결정자인 만큼 실권도 막강하다. 고위 공무원단에 소속돼 머지않아 장·차관 후보군까지 오를 수 있어 정부의 우수인재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주요 부처 국장급 보직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재가권을 행사해 국장급 인사가 대통령 결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본부 국장 보직을 오래, 여러 번 거치길 원한다. 하지만 부처마다 여건은 천차만별이다. 다섯 번 국장직을 거친 ‘복 받은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고위 공무원단으로 승진 후 대부분 시간을 부처 밖에서 인공위성처럼 떠돌다 퇴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희비 갈리는 국장

‘장수 국장’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많다. 조남권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국장 자리만 벌써 다섯 번째다. 배병준 복지정책관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등 외부조직, 산하 기관 보직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이주명 농식품부 대변인 역시 본부 국장 보직만 네 번째다. 제네바 유엔사무처 참사관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경험까지 합하면 여섯 번째 보직이라 주변에선 ‘복이 많은 사람’으로 불린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도 고용서비스정책관, 직업능력정책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에 이어 네 번째 보직이다. 고용부와 환경부 등에선 평균 서너 번가량 국장 보직을 경험한다.

기획재정부는 사정이 다르다. 총괄 과장직 이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면 다른 부처나 해외로 파견을 나간다. 이후 일부만 본부 국장으로 돌아와 평균 한두 번 정도 자리를 옮긴다. 본부로 컴백하지 못하고 다른 부처나 정부 산하 위원회 등을 떠돌다 퇴임하는 경우도 있다.

기피부처가 복덩이로

부처에 따라 국장 보직 경험 횟수가 많게는 네다섯 번까지 차이나는 이유가 뭘까. 답은 ‘본부의 행정고시 출신 인원’에 있다. 농식품부의 현원 대비 5급 행정고시 출신 인원 비율은 21.6%다. 현원이 792명인 복지부에는 185명의 행시 출신(23.3%)이 근무하고 있다. 고용부의 행시 출신 비율은 23.9%, 환경부는 23.4%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7.2%, 기재부는 40.6%로 높다.

주요 국장 기수인 행시 35회 이상 인원은 더 차이가 많이 난다. 복지부 본부에는 국장직이 22개 있지만 35회 이상은 11명뿐이다. 반면 기재부에는 심의관까지 포함해 국장직이 32개 있지만 35회 이상은 34명이다. 기재부 산업부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부처는 애초 5급 사무관을 많이 뽑는 데다 타부처 5년차 이하 사무관이 기재부 산업부 등 인기 부처로 많이 이동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과거에 비해 복지부 환경부 등의 업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조직이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복지정책실과 기획조정실뿐이던 복지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인구정책실과 보건의료정책실을 신설했다. 그렇다 보니 국장 막내 기수도 복지부는 39회, 기재부는 34회로 차이가 난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복지부 환경부 등 ‘기피부처’가 ‘복덩이’로 바뀐 경우”라고 설명했다.
“오래 있어야 좋다”

하지만 “승진이 빠른 게 꼭 좋은 게 아니다”는 불만도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빠르게 승진해서 일찍 명예퇴직하는 것보단 승진이 느리고 본부 국장 경험이 적더라도 오래 다니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기재부가 늘 본부 인사적체로 신음한다고 하지만 본부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뿐 아니라 광역 지방자치단체 경제부지사 등 외부에 갈 수 있는 자리가 무궁무진하다”며 “본부 외에 일할 기회가 없는 부처로서는 다양한 경험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심성미/심은지/오형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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