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3개서 46개로…세브란스·아산병원 가장 활발
화장품부터 항암제까지 병원이 사업 아이디어 얻기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주해 있는 다림바이오텍 연구원들이 병원 연구진과 함께 항암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제공

병원에 둥지를 트는 바이오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화 노하우에 대학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2011년에는 정부가 지정한 10개 연구중심병원에 입주한 기업이 3개에 불과했지만 작년 46개로 크게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외부에 연구시설을 개방하는 대학병원이 늘어나면서 병원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창업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비 줄고 제품화 조언 얻고

유한양행은 2013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연구팀을 입주시켰다. 연구팀은 병원과 함께 대사 관련 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우리의 신약 개발 기술과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결합하면 수준 높은 연구가 가능한 데다 비용과 시간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들도 병원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다림바이오텍은 정웅윤 신촌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대사 관련 항암제 연구를 하고 있다. 라파스도 같은 병원에 연구팀을 입주시켜 기미와 잡티를 제거하는 패치를 개발했다. 김정동 라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값비싼 연구 장비를 사지 않고 세브란스병원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덕분에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긁히거나 베인 상처에 붙이는 창상피복제를 만드는 다림티센도 제품 개발 단계에서 서울아산병원 교수진의 조언을 받았다. 박시내 다림티센 연구소장은 “바이오 헬스케어 제품 사용자는 의사, 간호사, 환자”라며 “병원에 상주하면서 사용자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파악해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병원 연구성과물도 속속 사업화

기업과의 협력은 대학병원에도 이득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부 기업과 손잡으면서 기존에는 하지 못하던 연구개발에 나설 기회가 많아져서다. 연구 성과를 기업에 팔거나 신속하게 사업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광훈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라파스와 손을 잡았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에 관한 연구 성과를 라파스의 패치 기술과 결합해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효능이 있는 패치를 개발 중이다.

이진우 신촌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은 “외부 기업이나 연구자 등과 협력하면서 병원 교수들도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기업의 사업화 노하우를 활용해 아이디어 수준에만 머물렀던 아이템을 사업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부원장은 “예전에는 병원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려면 마땅한 업체를 찾으려고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 지금은 병원 입주 기업과 연구개발 단계부터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문호 개방하는 대학병원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대학병원 사이에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조성한 헬스케어 혁신파크에는 일동제약, 마크로젠, 에이티젠 등 20여개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업체가 입주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다음달 외부 연구자와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센터를 열 계획이다.

중소기업청도 대학병원을 통한 창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중기청은 올초 서울아산병원과 컨소시엄을 꾸린 울산대를 바이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울산대는 서울아산병원과의 협력 덕분에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와 체계를 갖췄다”며 “앞으로 대학병원과 협력해 창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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