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일본경제포럼]

중기-대기업 관계 '일본처럼', 한일관계는 '대립구도 탈피'한경 일본경제포럼

입력 2017-03-31 20:04 수정 2017-04-05 14:05

한경 일본경제포럼이 3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최혁 기자

[ 김봉구 기자 ]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중소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정책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일경제협회가 공동 주최한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일본에서 답을 찾는다’ 주제의 제14회 한경 일본경제포럼이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렸다. 한국은 취업난, 일본은 구인난을 맞고 있는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양국의 환경 차이와 배경을 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인한 한경닷컴 일본경제연구소장은 “이른바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극단적 비관론이 퍼졌는데 객관적 실체가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10~20년 시간적 격차를 두고 유사한 산업 및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한·일 양국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보면 상당 부분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포럼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일본 현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일본 대사관 직원과 일본인 대학생 등도 자리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3시간30분간의 긴 행사 시간에도 참석 인원 대다수가 자리를 지키며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전 한일경제협회 부회장)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중산층 붕괴, 내수 위축, 고용악화로 이어졌다. 이 악순환의 핵심 고리가 중소기업 문제”라고 짚은 뒤 “중소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키워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기존 보호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쟁하는 중소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시키고, 내실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홍보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용 대부분을 창출하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관건인데 그러면 대기업과의 소득불평등 문제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며 “정규직 대비 50%에 불과한 비정규직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돈이 돌게 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임금만 올리면 기업이 경영압박을 받게 되므로 체계적 기술연수 등을 통해 근로자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불평등한 분배구조 개선이 곧 내수 확대며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포럼에 참석한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가 “대졸 인력 축소, 고졸 인력 확대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생각하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장기적 과제로 삼고 고용구조도 이에 맞춰 재편해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31일 일본경제포럼 강연자들. (맨왼쪽부터) 이종윤 명예교수, 김태형 대표, 이원덕 교수, 최인한 소장. / 사진=최혁 기자

강연을 통해 실전 일본 기업 취업가이드를 제시한 김태형 ㈜파소나코리아 대표는 성공요건으로 ‘절실함’을 첫 손에 꼽았다. 파소나코리아는 일본 파소나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일본 현지 취업과 이직 등에 특화된 헤드헌팅 업체다.

절실함을 무기로 입사 뒤 급속도로 승진해 한국법인 대표까지 맡았다고 소개한 그는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수만 명의 사람을 만나봤지만, 강연 이후 제게 뭔가 물어보거나 연락해오는 사람은 거의 지방대 출신이었다. 인(in)서울 대학 출신은 정보가 풍부하다 보니 그런 절실함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채용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대학생들이 우수하고 어학 능력도 뛰어나지만 정작 왜 자신이 해당 기업에 지원했고 이 자리에 뭘 하러 왔는지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전공능력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저한 자기분석과 가치관 정립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취업이 안 되거나 일본에 취업하면 연봉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현지 취업을 준비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꿈이 뭔지, 거기에 걸맞은 전문성을 어떻게 기를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라.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나을 수 있다”며 “뱀의 머리가 되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 스스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국 외교관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국제학부 교수)은 ‘일본은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특히 힘줘 말했다. 국가 대 국가, 민족 대 민족 구도로 양국 관계를 풀기 어렵다는 관점이다.

이 소장은 “일본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내 지한파나 리버럴한 진보파 등은 각종 사안에서 우리와 연대할 수 있는 우군”이라며 “위안부 문제로 급랭된 양국 관계를 풀려면 장기적이면서 양국 민간 부문까지 포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위안부 합의의 본질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양국 외교장관 합의문 전반부의 골자인 일본 측 책임 인정,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 그것이다. 합의문 후반부, 즉 ‘10억 엔(약 101억 원) 거출’과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등 후속조치 대목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지엽적이라고 봤다.

이 소장은 “10억 엔에 팔아넘겼다, 소녀상 철거 등의 논쟁은 일본 우익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싸운다는 점에서 그들의 프레임에 말리는 측면이 있다”고 짚은 뒤 “아베 정부가 위안부 합의 정신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위안부 합의 파기·재협상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소장은 일본인 학생이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고 지적하자 “어느 한쪽의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 한국 책임도 있지만 일본도 과거에 비해 훨씬 민감하게 한일관계를 바라보면서 양국 관계가 냉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봉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kbk9·rrang123@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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