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금이 사회공헌 척도'라는 생각 바꿔야

입력 2017-03-24 17:33 수정 2017-03-24 23:35

지면 지면정보

2017-03-25A35면

"일부 기부금, 정경유착 고리 역할
규모보다는 내역과 지향성이 중요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논의 필요"

태 < MYSC 대표 >
국세청의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년간 기업이 집행한 기부금 규모가 4조7782억원에 달한다. 순이익률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이 정도의 기부금을 출연하기 위해서는 대략 100조원 규모의 매출이 있어야 하는 수치다. 이런 큰 규모의 기업 기부금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근 기부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는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은 비영리 공익재단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도 연계돼 있다. 기업들이 급하게 두 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의 기부금 규모를 비롯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대기업 계열사가 기부금을 출연한 이유 및 일부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기부실적이 아예 반영되지 않은 점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이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기부금 규모는 해당 기업이 사회공헌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척도로 활용돼 왔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로 기업사회공헌 순위가 매겨지기도 한다. 논란이 된 두 재단에 집행된 기업의 기부금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이 공개하는 기부금 계정에도 통상 ‘기부’라고 인식되기 어려운 다른 항목들도 포함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사내 직원들을 위한 복지기금을 기부금 계정에 포함하던 기업의 사례도 있었고,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임직원의 자발적 기부를 기업 기부금으로 공시하는 기업도 있었다. 기업이 기부금을 자사 이익을 위한 미래의 영업비용처럼 활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다수의 시중은행이 대학 재단에 출연한 큰 규모의 기부금은 사실상 대학의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한 리베이트식 약정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국제회계기준 (IFRS) 도입으로 재무제표 주석 형태로 공시 방식이 바뀌면서, 기부금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상장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부금 내역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업의 기부금 규모로 기업사회공헌 순위를 일반화하는 방식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 역시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비용 내역과 좋은 성과들을 모아 백서를 제작하는 등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익재단을 통한 국정농단 사태에 전경련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기업 기부금이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기부금에 대한 연이은 의혹과 사건, 사고로 인해 기업의 사회 공헌의 실질적인 도움을 기다리거나, 기업과 함께 사회혁신을 만들어가는 비영리기관 및 사회적 기업 관계자들의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부금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일반 공익법인들의 기부금 수입 감소와 더불어 공익활동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결정을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내며, 실질적인 소셜임팩트를 만들어 오던 사기업들의 다양한 공익적 활동도 위축될 조짐이 보인다. 기업들의 소셜임팩트 활동은 자사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수익성은 낮으나 공익성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게 기여하는 기업인지 여부는 기부금의 규모가 아니라 기부금의 내용과 지속가능한 소셜임팩트를 지향하느냐의 지표가 더욱 중요하다. 기부금의 규모가 곧 기업 사회공헌의 순위라는 우리 인식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기업이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일이 과연 기부금뿐인지 이제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태 < MYSC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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