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검찰 포토라인 서는 전직 대통령

"재단출연 강요했는지 사실관계 물어보겠다"

1기 특수본 '피해자'로 본 기업
특검은 뇌물 준 '피의자'로 봐

"신동빈 회장 소환 계획 없어"

< 이곳이 포토라인 > 취재진이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지난 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받은 2009년 4월 이후 8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20일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뇌물수수 혐의가 핵심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뇌물로 볼지, 직권남용으로 볼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팩트 파인딩(사실관계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팩트를 가지고 법리를 적용한다”며 “(재단출연 등) 사실관계를 (박 전 대통령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개 혐의 중 핵심은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뇌물수수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총 4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당초 검찰(1기 특수본)은 기업을 ‘강요의 피해자’로 봤지만 특검은 ‘뇌물을 준 피의자’라고 달리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재단 설립과 출연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관계를 캐묻는 질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조사 초기에 “최서원 씨(개명 전 최씨 이름)와는 어떤 관계입니까”라는 질문도 빨리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 주장대로 두 사람이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거나 경제공동체인 사실이 확인되면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진다. 헌법재판소 판단대로 최씨의 사익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면 직권남용·강요혐의의 유죄가 인정된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 경비 삼엄한 삼성동 >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을 경찰이 경비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 전 대통령 메시지 주목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정부 지원 배제 명단)와 관련한 직권남용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유출 △사기업을 상대로 한 광고압력과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따져 물을 계획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부 범죄 사실은 특검 조사를 바탕으로 질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연결된 직권남용, 문화체육관광부 국·실장에 대한 인사 조치 의혹 등은 특검에서 밝혀낸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준비했다는 대국민 메시지가 주목을 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등 사과의 뜻을 나타낼지 아니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할지가 검찰 사법처리와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선 “당분간 소환 조사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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