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외공장 유턴, 수도권 규제부터 풀어야

입력 2017-03-20 17:37 수정 2017-03-21 01:09

지면 지면정보

2017-03-21A35면

"핵심기업·수도권 빠진 '유턴지원법'
높은 임금수준, 경직적 노동시장 등
기업활동 옥죄는 규제환경도 문제"

양금승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제조업 부활을 통한 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자국기업 생산시설의 국내복귀(유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공약과 각종 토론회에서 멕시코산에 국경세를 최고 35% 부과하고, 법인세율을 인하(35%→15%)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GM, GE, 포드, 보잉 등 미국 기업이 자국 내 공장증설을 결정했고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도요타, 삼성전자, LG전자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 대미 투자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고이즈미 내각과 아베 내각의 수도권규제 폐지, 기업입지촉진법 제정,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34%→20%), 국가전략특구의 규제특례 및 세제·금융지원 등 유턴기업 지원정책에 힘입어 혼다,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대기업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자국으로 이전하거나 자국 내에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유턴기업 지원정책 성과는 미약한 수준이다. 2013년 8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을 제정해 유턴기업에 조세감면, 자금·입지·인력 등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유턴 효과가 큰 앵커(핵심)기업과 수도권 지역은 지원대상에서 빠져 있다. 게다가 20대 국회 들어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법인세율 인상, 상법 개정 등 소위 ‘경제민주화’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쏟아내는 열악한 기업환경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근 4년간 지방자치단체와의 양해각서(MOU)를 기준으로 85개사가 국내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2016년 말 현재 실제로 투자가 진행 중인 기업은 36개(산업통상자원부)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신발, 보석가공업체 등 중소기업으로 대기업의 유턴사례는 전무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에 2012년 이후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가동예정인 30개 유턴기업의 투자·고용실적을 조사한 결과 투자금액 1597억3980만원, 고용창출 1783명으로 집계됐다.

올 1월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8.6%로 청년취업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기업 유치와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을 표방하며 중국, 베트남, 미국 등 해외에 적극 투자한 결과 최근 10년간(2005~2015년)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6.6%)이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3.3%) 보다 2배가량 높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1만1953개사(2016년 6월 KOTRA 등록기준)로, 현지채용 인력은 338만4000명(제조업체 현지 채용인력은 286만명)에 이른다. 해외진출 한국 제조업체의 10%만 국내로 복귀해도 국내 청년실업자(46만7000명)의 61%가 취업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산업공동화를 유발하는 해외직접투자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유턴기업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해 해외투자를 국내투자로 전환하거나, 해외진출 한국 기업의 국내복귀를 촉진하는 방안에 범국가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행 유턴기업 지원법상 기업규모나 지역에 따른 차별제도와 규제를 대폭 손질해 고용창출 규모가 크거나 고부가가치 업종의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앵커기업과 수도권지역을 유턴기업의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임금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국내투자와 유턴을 촉진해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양금승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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