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행보가 흥미롭다. 웹브라우저 등 글로벌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도 그렇고,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이사 직함만 유지한 채 변방 개척에 나선 창업자의 경영 실험도 그렇다. 시가총액 27조원을 넘는 한국 대표 기업치고는 파격적인 행보다. 제대로 돈도 못 벌던 창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꼭 성공해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창업자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초심’이 일깨운 기업가정신

네이버는 창업 초기 존재감이 없었다. 야후 라이코스 다음에 밀려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검색 쪽에서도 엠파스와 심마니에 한참 뒤처졌다. 그러던 네이버에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남들과 다른 선택’이었다. 모두가 검색량을 늘리는 경쟁에 매달릴 때 네이버는 정반대 선택을 했다. 검색 결과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4년 다음마저 누르고 국내 포털 1위에 올랐다. 그러자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미련없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사회 의장 직함만 유지한 채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10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도쿄에서 홀로 지냈다. 그리곤 거듭된 실패와 좌절 끝에 마침내 라인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한 라인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의 배고픔은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지난해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목표는 유럽과 북미 시장”이라고 공언했다. 그때부터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하면 네이버는 한참 멀었다. 인공지능 기술 하나만 해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 확보를 위해 구글 애플 등은 끊임없이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세계 관련 기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1년 전 우리 국민에게 쇼크를 안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도 구글이 사들인 스타트업의 기술이다.
두려움 없는 도전에 박수를

반면 네이버는 이제 막 시작이다. 인력, 자금 모두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인터넷 독과점 등을 이유로 견제도 만만찮다. 사이비 언론 조장,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등의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모바일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강자들 간 주도권 전쟁에도 끼어들었다. 웹브라우저 웨일, 인공지능비서 클로바, 인공지능번역 파파고 등이 네이버가 꺼내든 무기다. 자율주행자동차 일반도로 주행도 시작했다. 유럽과 북미 시장까지 넘볼 태세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이 운영하는 코렐리아캐피털과 손잡고 유럽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도 나섰다.

이 전 의장은 곧 유럽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제2의 라인을 찾기 위해서다. 1조원이 넘는 재산을 모은 성공한 기업가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가시밭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가 또다시 성공신화를 쓸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는 이런 벤처기업가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우리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박영태 바이오헬스 부장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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