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기아차 12년 판매왕 정송주 망우지점 부장, 13년 판매왕 기네스 세계기록 깨야죠

입력 2017-03-17 18:58 수정 2017-03-20 09:02

지면 지면정보

2017-03-18A19면

발로 뛰어 만든 '망우동 지도'가 보물, 전단 손높이 영업으로 '왕중왕'

외환위기 거치며 영업직으로
태권도 사범하다 기아차 용접공 입사
영업 첫 3개월, 딱 한 대 팔아 이 악물어

'망우동 정주영'으로 불려
발음 어려운 본명 대신 명함에 '정주영'
매달 6000명 고객에게 직접 편지 보내

영업 비결은 정직
항상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준으로 판매
고객 신뢰 얻어야 '인연 맺기'로 이어져
지난해까지 4783대 팔아 … 절반은 재구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자동차 영업은 어렵다. 수천만원 하는 비싼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상당수 영업사원은 1주일에 차 한 대 팔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답은 있는 법. 차 영업을 쉽게 풀어내는 고수도 있다. 12년 연속 기아자동차 영업왕에 오른 정송주 부장(47·사진)이 대표적이다. 정 부장이 작년 판매한 차는 403대.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두 대꼴로 차를 팔았다. 그는 기아차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회사 판매왕도 모두 누르고 전국 자동차 판매 종사자 3만여명 가운데 ‘2016년 판매 왕중왕’에 올랐다.

태권도 사범에서 영업왕으로

지난 14일 서울 망우지점에서 만난 정 부장은 명함부터 남달랐다. ‘정주영(정송주)’이라고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 부장은 2003년부터 정주영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정 부장은 “본명은 발음하기 어렵고 고객이 기억하기 쉽지 않다”며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정주영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정 부장은 ‘망우동 정주영’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영업사원을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뒤 태권도 사범을 했다. 월급쟁이 사범으로는 생활이 여의치 않았다. 도장을 차려야 겠다고 결심했고, 1994년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5년간 용접공으로 일했지만, 도장을 차리기 위한 건물 임차료는 임금보다 더 빨리 올랐다. 꿈은 멀어져만 갔다.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한 구조조정은 정 부장에겐 기회로 다가왔다. 생산직이 영업직으로 전직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는 세상을 접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영업으로 전직을 결심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을 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믿고 영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1999년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 첫 3개월 동안 차를 딱 한 대 팔았습니다. 이를 악물고,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하며 전단을 돌렸습니다. 경쟁이 덜 심한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매일같이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죠.”

매달 구두 굽을 갈아가며 뛰어다니자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났다. 정 부장은 망우동 영업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공략할 지역을 난이도별로 표시했다. 매일 동네를 다니며 명함을 돌렸다. 지도는 들렀던 가게 이름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2004년 망우동 영업지도 작성을 마쳤고, 이듬해 기아차 판매왕에 올랐다.

‘손높이 영업’이 성공 비결

정 부장은 2005년 이후 12년간 한번도 기아차 판매왕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비결을 묻자 “항상 똑같은 기준으로 차를 팔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차를 살 때 사전에 많이 알아 본 고객이든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영업사원을 믿고 구매하는 고객이든 똑같이 대한다.

“영업직원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입니다. 두 사람에게 차를 따로 팔았는데, 알고 보니 형제였다고 생각해 보죠. 같은 조건으로 팔지 않았다면 한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두 사람 모두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팔기 때문에 신뢰가 쌓였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구체적인 방법을 묻자 그는 “‘눈높이 영업’이 아니라 ‘손높이 영업’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 부장은 “신입 직원들이 전단을 돌릴 때 보면 대다수가 받는 사람에게 대충 주고 끝낸다”며 “받는 사람 손이 주머니에 있으면 주머니 앞에, 허리에 있으면 벨트 앞까지 직접 전달하는 노력에서 영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단 영업 하나에도 어떻게 소비자를 편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의 영업전략은 결국 ‘인연 맺기’다. 인연을 소중히 여겨 진심으로 다가가면 진정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정 부장 대신 영업을 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차는 한 번 사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을 탑니다. 내가 판 차를 소비자가 타고 있으면 소비자와의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죠. 그렇기에 차를 판매할 때 ‘나 자신을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합니다.”
정 부장은 “휴대폰을 보면 최소 300명의 연락처가 있지 않느냐”며 “진정한 고객 한 명으로 300명의 새로운 고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그가 판 4783대 가운데 절반가량은 차를 샀던 구매자가 재구매했다. 망우지점 인근 판매 비중은 30% 수준이며 이외 지역 판매 비중이 70%에 달한다. 최근에는 정 부장에게 차를 샀던 소비자의 자녀들이 그를 찾아온다.

세계 최장 판매왕 도전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동안 정 부장 휴대폰은 10번 넘게 울렸다. 그는 이날에만 모닝, 소렌토 등 차량 넉 대를 팔았다. 정 부장은 “12년 연속 판매왕에 오르면서 국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며 “전설의 영업왕 쉐보레의 조지 라드가 보유한 13년 연속 판매왕 기록을 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신차가 출시되면 어김없이 경기 구리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망우리 고개에서 개업식 행사처럼 자체 신차 전시회를 연다. 소비자가 차를 알아야 구매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정 부장은 “거리에 차가 많이 돌아다닐수록 소비자는 차를 사러 오게 마련”이라며 “차를 알려 누군가 신차를 타 줘야 고객도 움직인다”고 했다. 그는 매달 6000명이 넘는 고객에게 직접 제작한 편지를 보낸다. 정 부장은 “편지는 문자나 메일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영업직원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업하는 분들에게 연락을 자주 받는다”며 “‘정 부장과 비슷하게 일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가 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꾸준함의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며 “비가 꾸준히 내리면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고 돌려 말했다.

■ 자동차 영업사원의 세계
전국 약 3만명…성과 따라 억대연봉·빈손 '천차만별'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영업은 고된 일이다. 판매량이나 판매금액에 따라 수입이 결정돼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판매량이 많으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지만, 제품을 팔지 못하면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전국 자동차 영업사원은 약 3만명이다. 현대자동차가 약 1만1000명, 기아자동차가 7000명 정도다. 영업사원은 본사 직영점 직원과 대리점 직원으로 나뉜다. 기아차는 직영점 직원이 3100여명, 대리점 직원이 4000명 수준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의 급여는 기본급에 성과급을 더해 정해진다. 대리점 직원은 기본급이 거의 없고, 성과급 비중이 높다. 대다수 수입자동차 판매 딜러는 기본급이 없다. 차를 파는 만큼 급여를 가져가는 구조다.

직영점 직원의 급여체계는 반대다. 기본급 비중이 높고 성과급 비중이 낮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직영점 영업사원은 기본급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딜러의 연봉은 직영점 직원이냐, 대리점 직원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아차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회사 직영점 직원의 평균 연봉은 75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9700만원)에 못 미친다.

기아차 직영점 직원의 기본급은 평균 6000만원 안팎이다. 차량 한 대 판매 인센티브가 20만~30만원 수준이고 지난해 1인당 평균 60대 정도를 판매해 성과급이 1200만~18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균치이며 판매 실적에 따라 억대 연봉자도 상당하다고 기아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리점 직원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차량 판매 성과급은 100만~120만원이지만 판매 실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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