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자유 경쟁 강조
경쟁력 뒤진 조선·자동차 산업 포기
직업훈련 등 '고용 안전망' 지원

패션·음악 신산업 경쟁력 키워
GDP 절반이 수출…성장 견인

"트럼프 보호무역은 큰 실수"

스웨덴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업 중심지였다. 스웨덴 남서쪽 해안도시 말뫼는 스웨덴 사람들의 자부심이었다. 1980년대부터 일본 한국 등이 부상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적자 늪에 빠진 조선업체에 재정을 투입하며 회생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였다. 2002년 말뫼의 코쿰스 조선소가 보유한 초대형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리면서 ‘말뫼의 눈물’을 초래했다. 조선업 몰락의 상징이었다.

스웨덴은 이후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했다. 어차피 무너질 산업이라면 되살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말뫼에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황폐화한 조선소 부지는 친환경에너지와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스웨덴이 경쟁을 강조하고 정부 개입을 자제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주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볼보·사브 매각 때도 개입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주창하며 기업들에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스웨덴 정부의 접근법은 달랐다. 사브, 볼보 등 스웨덴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가 몰락하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2009년 사브는 경영 악화로 정부 지원을 요청했지만 마우드 올롭손 당시 기업부 장관은 거절했다. 스웨덴 국민의 상당수가 사브 관련 기업에 고용돼 있었으나 정부 입장은 확고했다.

사브는 결국 2012년 중국과 일본 기업이 합작한 국가전기차스웨덴AB(NEVS)에 인수됐다. 볼보 역시 적자를 이어가다 미국 포드에 인수된 뒤 2010년 다시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됐다.

매몰찬 스웨덴 정부는 대신 IT와 친환경에너지, 문화산업을 포함한 새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고용 안전망 구축에도 힘썼다. 실업급여 제도와 실업 노동자 재훈련 제도 등을 탄탄히 했다. 라르스 요눙 룬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자유무역과 경쟁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쟁과 자유무역 가치 강화

스웨덴의 단호한 처방은 열매를 맺었다. 스웨덴 패션기업인 H&M과 가구기업인 이케아는 영국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 브랜드파이낸스가 세계 소매부문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가치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스웨덴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대 대중음악 수출국이기도 하다. 정부가 수도 스톡홀름에 음악 클러스터를 조성했고, 음악가들이 자생적으로 자유로운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는 세계 음원 사이트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록을 쌓아 자유롭게 건물을 만들 수 있는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사 모장도 2010년 마르쿠스 페르손 등이 세운 스웨덴 기업이다.
스웨덴 정부의 핵심 전략은 경쟁과 자유무역으로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무역을 막는 대신 새로운 산업의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신산업을 지원했다.

스웨덴 출신인 요한 노르버그 미국 케이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웨덴의 경쟁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의 반덤핑 관세를 높이는 방안에 스웨덴은 자유무역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경쟁과 자유무역 정책의 효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1990년대 20%대에 그치던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15년 45%까지 뛰어올랐다. 미국의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카엘 담베리 스웨덴 산업혁신부 장관은 “미국이 자유무역과 반대로 간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낡은 산업을 방어하지 말고 새 기술과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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