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주가 이정도 빠졌으면 오르겠지"…이런 심리는 투자 아닌 '도박'

입력 2017-03-14 16:17 수정 2017-03-14 16:18

지면 지면정보

2017-03-15B2면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28> 도박사 오류·과잉 확신

섣부른 투자 판단 땐 '필패'
'지나친 확신'도 경계해야
객관적 근거 찾아 투자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도박의 도시 몬테카를로에서 1913년 희대의 룰렛 게임이 벌어졌다. 20번 연속으로 구슬이 검은색에 떨어지자 이제는 빨간색이 나올 때라는 기대가 커져 빨간색에 베팅금액이 몰렸다. 기대와 달리 구슬은 다시 검은색에 떨어졌고 21번 연속 검은색에 흥분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빨간색에 걸었다. 그러나 구슬은 27번째에야 빨간색에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큰돈을 잃었다. 이 사건에서 ‘몬테카를로의 오류’라는 말이 생겼다.

이 말은 ‘도박사의 오류’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은 동전던지기처럼 일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고 아무렇게나 발생하는 사건이더라도 결과가 그것의 본질적인 성격을 대표하기를 기대한다.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횟수가 0.5의 확률을 반영해 엇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면-뒷면-앞면-뒷면-앞면-뒷면’이 자연스럽다고 보는 반면 ‘앞면-앞면-앞면-앞면-뒷면-앞면’은 이상하다고 여긴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전을 던질 때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될 때를 기준으로 항상 0.5다. 그 전까지 5번, 또는 10번 연속 같은 면이 나왔더라도 확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대학생 대상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동전을 던져 나오는 면을 맞히면 베팅금액의 두 배를 얻고, 틀리면 베팅금액을 모두 잃는 조건에서 “3회 연속 같은 면이 나왔는데 이번엔 어떤 면이 나올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분의 2(66.7%)가 이전과 다른 면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선행결과가 역전될 것이라는 도박사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 다른 대학생들에게 “룰렛 게임에서 3회 연속 같은 색이 나왔는데 이번엔 어떤 색이 나올까?”라고 묻자 동전던지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도박사의 오류는 주식투자에서 투자성과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정 기간 주가가 떨어지면 이런 심리적 기제가 고개를 든다. 계속 떨어지기만 했으니 이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결국 투자자는 손실난 주식을 계속 들고 있게 된다. 이익이 난 주식엔 반대의 심리가 작용한다. 계속 오르기만 했으니 이제 손실을 볼 때가 됐다는 걱정이 생기면서 필요 이상으로 빨리 주식을 정리한다.
하락주식을 오래 보유하고 반대로 상승주식을 더 빨리 매도하는 경향을 가리켜 처분효과라 한다. 도박사의 오류는 처분효과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처분효과와 관련한 다른 설명도 있다. 투자 성과가 이익 상황일 때는 계속 보유함으로써 생기는 불확실성을 피하려 한다. 손실 상황에서는 반대 입장이 된다. 주식을 팔아 손실을 확정짓기보다 추가 하락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가격 반등을 노리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이른바 ‘본전 생각’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가 손실 주식은 평균 124일 보유하고 이익 주식은 평균 102일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에서도 처분효과가 발견되고 있다.

도박사의 오류는 과잉확신과 결합하면 더 심화된다. 투자 의사결정에서의 과잉확신은 자신의 지식이나 가치평가의 정확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완전한 확률 게임일수록, 어렵고 중요한 일일수록 과잉확신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주식투자는 그 특성상 예측하기 어렵고 복잡한 과업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주식투자에서 과잉확신이 나타나기 쉽다는 얘기다.

앞의 대학생 대상 연구에서 동전던지기와 룰렛 게임 모두 과잉확신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 비해 도박사의 오류가 강하게 나타났다. 동전던지기의 경우 이전과 다른 면이 나올 것이란 응답이 과잉확신이 강한 사람은 78.3%인 데 비해 약한 사람은 54.5%에 그쳤다. 룰렛 게임에서도 이전과 다른 색이 나올 것이란 응답이 과잉확신이 강한 사람은 86.4%였고 약한 사람은 66.7%였다.

원금손실의 위험을 감내하는 투자가 필수인 시대다. 신중해야 할 투자 의사결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도박사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OO주식이 이 정도 빠졌으면 오를 테니 사도 되겠지”라거나 “내가 가진 자산이 이 정도 올랐으면 떨어질 일만 남았으니 팔아야지”라고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자신의 판단을 과잉확신하는 오류를 조심해야 한다.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하려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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