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가 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은퇴 기자간담회에서 후배들의 꽃다발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최혁 기자

“악플조차 감사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4일 공식은퇴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의 말이다. 연기를 마친 뒤 웃으며 무대를 내려올 때처럼 마지막 인사도 웃음으로 마쳤다.

손연재는 이날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이제 평범한 24살의 손연재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2016년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한 이후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었다”며 “다행히 그런 것들을 남기지 않았고 내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를 기록하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런던에서도 3위에 불과 0.225점 모자라 메달을 놓쳤던 손연재는 대기석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리우에선 결과에 상관없이 멋지게 연기하기로 마음먹었었다”며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낸 경기였다”고 평했다.

한국 리듬체조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문을 두드린 이후 결선 무대를 밟은 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하다. 아시아 선수가 메달권에 근접한 사례 역시 손연재와 알리야 유수포바(카자흐스탄)가 기록한 4위가 최고다.
전인미답의 길을 걸은 손연재가 스타가 된 이유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시니어 데뷔 이후 내내 ‘올림픽 메달도 따지 못한 선수가 메달리스트만큼의 관심을 받는다’는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손연재는 “안 좋은 시선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면서 “때문에 오히려 그런 시선조차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 행복했다”면서 “경기를 하는 순간순간 많은 분들이 나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생각에 늘 힘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가장 자부심을 느꼈던 대회로 지난해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꼽았다.

그는 “일기장에 한 번쯤은 애국가를 들으며 은퇴하고 싶다고 쓰곤 했었는데 그 대회에서 애국가를 6번이나 듣게돼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리듬체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리듬체조가 빠진 나를 상상할 수 없다”면서 “나보다 실력 좋은 후배 선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이날 은퇴 기자회견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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