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직장인 1000명 조사

회의 만족도 45점 '낙제점'…의견수렴 대신 훈화 말씀 뿐
회의하면 상명하달·불필요…부정적 이미지만 떠올라

대기업 3년차 직원인 김모씨는 매주 세 번은 새벽 6시쯤 출근길에 오른다. 월·수·금요일마다 오전 7시에 열리는 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팀 회의에서 김씨의 역할은 ‘묵언수행’. 첫 회의 때 낸 아이디어가 묵살된 뒤 김씨는 스스로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전체 대화의 90% 이상을 팀장이 주도하는 회의에선 이미 들은 얘기만 쏟아진다. 팀원들이 참신한 의견을 내고 자유롭게 ‘치고 박는’ 회의가 아니라 훈계가 이어지는 조례에 가깝다. 매주 한두 차례 정도는 오후에 이름도 모르는 태스크포스 회의에 차출되기도 한다. 업무시간에 회의와 회의 준비에 치이다 보니 정작 본업을 처리하기 위해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직장인 회의 만족도 45점

김씨처럼 회의 문화에 불만을 토로하는 직장인이 많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상장사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회의 문화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5점에 그쳤다. 회의가 효율적(38점)이라거나 소통에 도움이 된다(44점)고 느끼는 직장인도 드물었다. 직장인들은 회의 결과가 실행으로 연결(51점)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부장은 “불필요한 회의가 자주 열리는 데다 회의에 불필요한 참석자도 많다”며 “구색을 맞추려고 참석자를 모으다 보니 회의 시작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데만 20분씩 걸리곤 한다”고 말했다.

‘회의’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도 부정어 일색이었다. ‘자유로움’ ‘창의적’ 같은 긍정적 단어는 9.9%에 그쳤다. ‘상명하달’ ‘강압적’ ‘불필요함’ ‘결론 없음’ 등 부정적 의미의 단어가 전체 응답의 91.1%를 차지했다.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단순 업무점검 및 정보공유 목적이라서’(32.9%)란 답이 가장 많았다. ‘일방적 지시 위주라서’(29.3%), ‘목적이 불분명해서’(24.7%), ‘시간 낭비가 많아서’(13.1%)가 뒤를 이었다.

◆책임 돌리기 회의 만연

일단 많이 모이고 보자는 회의 문화도 문제였다. 한 번 회의를 할 때 평균 참석자는 8.9명인데 이 중 직장인들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참석자는 2.8명이었다. 참석 인원 3명 중 1명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4대 그룹에 근무하는 한 과장은 “참석자를 늘리는 데 치중하다 보니 회의 전 의제 공유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회의를 주재하는 상사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식으로 말하면 직원들은 ‘네’라고 답하는 책임 회피형 회의 문화가 회사 안에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들은 ‘상사가 발언을 독점하느냐’는 물음에 61.6%가 ‘그렇다’고 답했다.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진다’는 답변은 75.6%에 달했다.

회의 때 태도에 대해선 ‘가급적 침묵한다’(39.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상사 의견에 가급적 동조한다’(17.1%), ‘별다른 고민 없이 타인 의견에 묻어간다’(12.8%) 순이었다.

비효율적이고 소통 없는 회의 문화 때문에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때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가 많다’는 의견이 55.2%였고, ‘최적 결론을 못 낸다’는 견해도 42.1%나 됐다.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 가운데 46.1%는 실행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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