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씨는 “한국의 예약 문화가 세계에서 꼴찌”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식당,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부문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노쇼(No-Show)'가 초래하는 사회적 손실이 직접비용만 4조5000억원이나 되며, 식자재 납품업체들의 손실까지 합치면 8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예약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은 한결같이 '노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쇼'는 사업장의 직접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 4명 중 1명은 빈 자리가 있음에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인원이 부족해 서비스가 취소되는 등 타인의 '노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편의와 효과적인 손님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예약 시스템.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의 부재로 ‘노쇼’라는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노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업체에서는 노쇼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위약금 제도를 도입해 예약 취소에 대비를 하고, 결제를 해야 예약이 되는 선결제 등 예약 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방향으로, '노쇼'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예약 대신 웨이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도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병원이나 숙소, 항공 등 예약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외하고 음식점이나 행사장, 미용실, 애견샵과 같이 단순히 고객이 몰려 대기가 많은 경우 예약보다는 웨이팅에 대한 개선이 효과적이다. 관공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번호표 방식의 순번 대기표나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동벨 등 역시 그러한 노력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키오스크 주문 방식도 눈여겨 볼만 하다. 카운터에서 직접 손님을 상대하며 주문 받고, 결제하고, 호출하는 과정을 키오스크가 대신하는 접수 시스템이다. 다만 이런 방식은 비용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웨이팅에 한정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수기로 작성하던 대기표를 어플리케이션이나 매장에 설치된 태블릿이 대체하여 웨이팅을 등록하면 스마트폰 푸쉬나 메시지로 입장 순서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노쇼'는 이제 단순히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의 경제 손실을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존의 방식이 가진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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