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병든 아내를 방치해 숨지게 한 남편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숨진 아내는 몇 년간 남편의 간병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쓰러져 머리를 다치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고, 그 상태로 이틀간 방치돼 숨졌다. 아내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이 처음부터 비정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를 간병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신적, 경제적 피로감이 쌓이자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배우자의 질병은 부부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2015년 미국 보건사회행동학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내가 중병에 걸리면 건강할 때와 비교해 이혼 가능성이 약 6% 높아진다고 한다. 아멜리아 캐러터 아이오와주립대 교수팀이 51세 이상 부부 2701쌍(이혼율 32%)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이 아프면 배우자나 주위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심각한 중증질환에 걸렸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치료비로 큰 목돈이 들어갈 것이다.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고 해도 이후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한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이곳저곳 아픈 데가 생기면 기약 없이 오랜 기간 간병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암이나 뇌졸중, 심장병과 같은 중병에 걸리면 간호나 간병을 받아야 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중병은 하루라도 빨리 증세를 자각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현실적인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원하는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가 발생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 금액을 부담하지만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모든 경제적인 부담을 고려하면 별도의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이때 보험을 빼놓고 대비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평소 건강보험에 관심을 갖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이 보장하는 질환의 범위와 보장기간, 보험료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보험사별로 각각의 상품에 따라 보장 범위나 특약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준비해 두자. 누구도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불행에 대비할 수는 있다.

윤필경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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