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토론]

서울시 주거지역 재건축 아파트 35층 제한 타당한가

입력 2017-02-10 18:25 수정 2017-02-11 00:52

지면 지면정보

2017-02-11A30면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층수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잠실과 대치동, 압구정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50층 전후로 재건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층수제한의 적정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용도지역과 기능에 따라 지역별로 높이를 차등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일부 아파트에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한다. 주변 지역에 피해를 주거나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산과 구릉이 많은 서울시 특유의 자연경관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건설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높이 제한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초고층으로 지어진 멋진 건축물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초고층 건축을 통해 고밀화·집적화하는 것이 세계 주요 도시의 추세라는 점도 강조한다. 주거시설이라고 예외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棟) 축소를 통해 확보한 공간을 녹지와 바람길로 활용하면 오히려 이득이란 생각이다. 서울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하는 걸까.

찬성 - 초고층, 상업지·도심에나 적합…아파트 '50층 스카이라인'은 없어

위치에 따라 땅의 용도와 성격은 다르다. 고속철도와 지하철이 환승하는 곳이 있고,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기업의 오피스가 밀집해 도심기능을 하는 곳도 있다. 반면에 도로가 좁고 동네 규모의 주택지 역할에 적합한 곳도 있다. 그 지역이 가진 기반시설 여건이나 주변 토지이용에 따라 기능이나 용량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교통여건이 좋고 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강남·영등포·여의도 등 ‘도심’이나 광역교통여건이 우수하고 장래 성장잠재력이 높은 용산·청량리·상암·잠실 등의 ‘광역중심’(옛 부도심)에는 초고층 복합건물이 들어서기 용이하다. 대신 그 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층고를 낮추는 접근은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추구하는 공통적인 관리방식이다. 즉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도심·광역중심에 초고층 복합건물이 모이도록 해주고, 지역·지구중심에는 좀 낮게, 그 외곽지역으로는 더 낮게 층고를 유도함으로써 도시공간구조의 질서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50층 이상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아파트로 형성되는 것은 세계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도심이나 국제업무지구, 고속철도역사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 교통흐름이나 도시경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또 도심·지역중심 등의 중심지 체계는 이미 결정돼 있는 만큼 그보다 더 높은 층고를 희망한다면 기능을 복합화해 일자리를 공급하고, 시민생활에 요구되는 공공·편익시설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서울플랜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서울플랜이라 불리는 서울시 2030 도시기본계획은 미래 서울시의 모습을 그려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기본계획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30년 서울시의 인구지표, 공간구조 및 토지이용계획 등 도시의 미래 골격을 결정한 것으로 토지이용과 건축에 관한 최상위 계획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계획수립 단계부터 시민참여가 필요하다. 서울플랜은 최초로 자치구별·연령계층별 100인의 시민참여단과 33인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하고, 권역별 공청회와 분과별 워크숍 개최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의견수렴과 합의체제를 통해 정비된 계획이다. 합의의 산물이다.

민주사회가 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계획이 제시하는 목표, 기준들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뒤집어지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도시공간구조와 건축용도별로 밀도와 층고를 차등적으로 허용하는 일은 법적 근거를 가진 공공계획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초고층 재건축 사업을 들여다보자. 내 돈을 조금만 들이고 새 아파트를 가지는 일(재건축사업)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제 재건축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점점 더 줄고 있다. 지방도시에선 오래전부터 사업이 부진하고,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해지고 있다.

일본의 아파트 수명이 60년이라는데 우리는 20년 남짓이라고 한다. 부실하게 짓는 이유도 있겠지만 방치하기 때문이다.

입주한 지 10년 이상 경과하면 떨어지던 집값이 25년이 넘어서면 상승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런 주택을 누가 고치고 관리하려고 할까. 일본의 주택이 오래가는 것은 시공의 건실함 외에도 관리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의 가능성이 보이면 리모델링이나 수선사업이 보이지 않는다. 가성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우리가 열망하는 국제 수준의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순 없다. 20층 아파트를 50층으로 재건축하고 나서 30년 뒤에는 100층으로 재건축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철거 중심의 정비사업에서 주택의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이 전환돼야 할 것이다.

반대 - 넓은 지상공간…녹지·바람길 확보, 아파트도 '초고층 랜드마크' 가능

지금 서울은 아파트 키 논쟁 중이다. 서울 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해당 단지 주민뿐만 아니라 건설·주택업계가 온통 난리다.

20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랑스 르코르뷔지에는 건축물의 고층화를 통해 더 넓은 광장을 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인류 삶의 질을 높인다고 했다.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세계 대도시들은 더 편리하고 더 살기 좋은 도시공간을 조성하고자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년 전부터 압축도시(compact city)가 대세가 되면서 초고층 건물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초고층으로 밀도가 높아질수록 효율도 높아진다. 초고층 건물이 세계 도시의 대세로 자리잡고, 그 장점 또한 입증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은 마천루의 도시로 성장했고 지금도 초고층 건물이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다. 일본도 2020년까지 도쿄를 초고층 고밀도의 압축도시로 조성해 글로벌 중심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도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가 세워졌고 서울시내 50층을 넘거나 200m 이상인 건축물이 17곳이다. 주거시설인 아파트라고 해서 도시의 건축물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

서울시는 주거지역 내 아파트의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이유를 ‘경관훼손’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35층 이하면 경관훼손이 안 되고, 35층 이상이면 경관이 훼손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미 용적률과 건폐율 제한이 있다.

동일한 용적률에 건물을 높게 지으면 전체 땅 면적에서 건물의 밑바닥(건폐율)이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어 더 여유롭고 쾌적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또 건축물의 동수가 줄어들면 유지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답답함이 덜하고 바람길도 더 생긴다. 서로 햇빛도 덜 가리게 된다. 게다가 인접대지경계선과 북쪽 인접대지의 일조권 확보를 위한 사선제한, 즉 높이제한이 있어 무턱대고 높이 지을 수도 없다.
미래 세대는 2017년에 벌어지는 35층 아파트 높이 제한을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를 되짚어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1970년대 세워진 삼일빌딩은 31층 높이로, 1985년 여의도 63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신도시를 짓기 시작하던 1990년대 초에는 16층 이상 아파트면 초고층에 속했다. 2017년 123층이 가장 높은 빌딩인데 35층으로 층수제한을 하고 있다. 31층이 가장 높았던 1970년대에 적용하면 대략 8층 아파트 층수 제한이 된다. 8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수 없었다면 지금 더 살기 좋은 서울이 됐을까? 30~40년 뒤에는 미래세대로부터 비웃음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새 유행하는 말 중 ‘답정너’라는 것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의미라고 한다. 서울시에서 주거지역 내 아파트 재건축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판 ‘답정너’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고도 주장한다.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한 공청회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면 이런 논란은 애초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공론화된 토론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나중에 후손들이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있는데 왜 35층을 넘는 아파트는 없나요”라고 물어오면 우리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구구절절한 변명처럼 이야기하게 된다면 그 ‘규정’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이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대표도시로서 외국 대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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