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뇌부터 클라우드서버까지 기억을 담는 인류의 여정

입력 2017-02-09 17:34 수정 2017-02-10 01:53

지면 지면정보

2017-02-10A27면

사피엔스

박주환 < 국립중앙도서관장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 책표지에 나오는 문구다. 이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어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했다.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진화에 대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가 책에 담겨 있다는 암시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문구였다.

인류 문명은 인간 사회에 동물과는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이 출현하면서 시작됐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종교, 국가, 법, 사회라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세계’를 건설했다. 단순히 인간의 언어와 두뇌로만 이 모든 세계가 가능했을까? 인간의 언어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았고, 두뇌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는 불완전함을 지녔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명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인지혁명’이란 말을 자주 언급한다. 인간 최초의 기록 매체는 두뇌다. 수백만년 동안 인간이 정보를 저장해온 장소는 단 하나, 자신의 뇌다. 정보와 지식은 뇌에 기록돼 기억으로 남는다. 뇌의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사라지기도 한다. 불행히도 인간의 뇌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는 장치로서는 훌륭하지 않았다. 이유는 첫째 용량이 부족하고, 둘째 인간이 죽으면 뇌도 같이 사라지고, 셋째 인간의 뇌는 특정한 유형의 정보만을 저장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에겐 뇌 바깥에 저장하는 매체와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것은 수메르인이 발명한 바로 ‘쓰기’라는 이름의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다. 기호를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이다. 인류는 바위, 죽간, 점토판과 같은 외부 매체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지식은 문자를 통해 체계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고, 종이의 발명과 인쇄 기술의 개발로 소통의 폭도 더욱 확대됐다.

기록 매체가 과학과 만나 음성과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 전파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많은 사람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디지털 방식의 기록은 대용량 저장과 고품질의 복제, 실시간 전송을 통해 정보를 배가시켜 인류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저자가 의문을 제기하듯이 과연 과학혁명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줬는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에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기억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기록’을 담아낸 기록 매체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메모리 뮤지엄(Memory Museum)’이 생겼다. 이 책이 그렇듯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상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면 이 책과 함께 한 번쯤 경험해보길 권한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만2000원)

박주환 < 국립중앙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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