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시간을 거슬러 음악을 즐겨보자

입력 2017-02-09 18:29 수정 2017-02-10 00:11

지면 지면정보

2017-02-10A33면

대중음악 물결 속에서 즐기는 클래식
가끔 조금 다른 걸 누려보는 건 어떨까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
벌써 꽤 오래 지난 시간이 돼버린 중학교 때 즈음이던가? 당시에는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다. 처음 라디오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당시 잠깐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동네 형이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 실황을 테이프에 녹음해 줘 무료한 병원 입원 생활이 자못 즐겁기까지 했다.

공개방송에는 퀴즈도 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다양한 코너가 있어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듯이 노래도 많이 들려줬는데, 초대 손님으로 나온 가수 중 양희은, 양희경 씨 자매가 부른 외국 번안곡 ‘일곱 송이 수선화’와 조영남 씨가 부른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이란 곡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번안곡 ‘일곱 송이 수선화’는 낭랑한 두 자매의 화음이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았고, 조영남 씨가 부른 오페라 아리아는 프로그램 이름을 닮은 듯한 ‘별은 빛나건만’이라는 제목과 낯선 성악 창법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당시에 대중적인 프로그램에서 외국 번안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제공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음악 이해능력이나 제작 여건이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들을거리가 많아져 이제는 방송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선택해서 듣게 됐다. 최근에는 K팝이라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대중음악 시장이 커지면서 유행을 형성한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발라드, 팝, 랩, 밴드, 포크 음악 등 장르를 막론하고 정말로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들이 배출됐다. 스타가 아니라 일반인의 놀라운 노래 실력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노래 실력에 절절한 개인들의 사연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흥미가 조금 잦아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행해 화제가 됐다. 일반인도 아닌, 그렇다고 알려진 가수도 아닌 무대로 삶을 사는 성악가, 뮤지컬 배우, 팝 가수, 배우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이다. 실제 삶이 무대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담은 오디션의 합격, 불합격 여부가 아니라 노래 자체를 평가받는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성악곡,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넘버, 가곡들이 절절하게 가슴에 닿는다. 방송을 통해 낯선 사람들이 부르는 낯선 곡들이 신선하다. 솔로가 이중창이 되고 삼중창이 되고 4부의 화성을 이루면서 이들의 음악이 두터워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생각해 보면 많은 들을거리 중에서 고전이 주는 감동을 만나 보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고전 음악이나 오페라 음악만 부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고전적 발성, 무대를 위한 발성이 방송을 통해서도 그 호흡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필자는 직업 때문에 거의 매일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곡을 듣고 공부한다. 무대가 아니라 방송에서 동류의 음악을 만나면서 반가웠는데 소위 ‘귀호강’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며 즐거워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더욱 반가웠다. 대중음악을 즐기던 많은 사람이 무대 가수에게 열광하는 모습이 감사해서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익숙한 것에서 조금 다른 것을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느낌을 나눈다. 오늘은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를 틀고 수줍게 어깨를 들썩여봐야겠다.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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