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정치권에 작심 쓴소리]

"정치인들, 기업 괴롭히고 국민 가난하게 만드는 법만 쏟아내"

입력 2017-02-09 18:19 수정 2017-02-10 05:11

지면 지면정보

2017-02-10A5면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

다른 나라는 물불 안가리고 기업 돕는데 한국에선 온갖 규제로 기업 손발 묶어
일자리 창출 막는 건 경직된 노동법

한국경영자총협회가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박병원 경총 회장(단상 위)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정치권은 조기 대선 정국을 맞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일자리 공약과 경제민주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9일 연 ‘제40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기업인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불황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도에 대응하기 위해선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밖에는 답이 없는데도 정치권은 딴소리만 하고 있어서다.

규제 덫에 묶인 한국

박병원 경총 회장은 연찬회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총체적인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이며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야 실제 투자가 일어나고, 또 몇 년이 지나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과감한 기술·경영혁신과 규제개혁이 이뤄져도 보장이 없는데 한국은 아예 허용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어느 것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는, 되는 게 없는 나라이다 보니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생산 현장과 경영 방식의 혁신이다.

박 회장은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것은 경직된 노동법제”라며 “노사 당사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하는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정부와 정치권은 자국 기업들이 가혹한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그렇게 해 줄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유지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인 동시에 내수 진작을 통해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자들이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튼튼해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솔선수범도 당부했다.

박 회장은 “기성세대는 장시간 근로를 하면서 그 아들 세대는 취직이 되지 않는 모순이 청년 실업을 낳는다”며 “매년 조금씩이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만큼의 재원으로 청년을 고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원천금지 안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연찬회 경제특강에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경제민주화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하며 재벌 개혁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정치권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아무리 때려도 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나가면 그렇게 강하지 않다”며 “재벌을 규제할 때에도 경쟁력을 제한하거나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합병하고, 벤처기업가가 그 돈으로 다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순환출자 원천금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앞서가려면 순환출자를 막기보다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수준의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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