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왕' 딸기는 어쩌다 '겨울 과일'이 됐을까

입력 2017-02-10 10:08 수정 2017-02-10 10:24
봄의 여왕 딸기가 귤을 제치고 겨울 왕좌에 올랐다.

국산 품종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초겨울부터 딸기 수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국산 과일은 딸기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2~1월엔 귤보다 딸기가 잘 팔린다"며 "딸기가 봄보다 겨울에 잘 팔리면서 겨울 제철과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체 과일 판매 중 딸기는 30.3%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롯데마트에선 봄철인 3~4월보다 겨울(1~2월)에 딸기가 더 잘 팔리기 시작했다. 겨울에 판매되는 딸기 비중은 51.7%였다.

실제로 딸기의 주 출하 시기는 11월 말부터다. 남부지방의 주산지인 산청, 진주 등에서 물량이 가장 많이 나온다.

국내 육성 딸기 품종 보급률. (자료 = 농촌진흥청)

◆ 일본 로열티 요구에 국내 품종 개발 '본격화'

딸기가 겨울 제철과일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국내 품종 개발이 결정적이었다. 국내 품종 개발이 활발해진 계기는 2005년 일본의 로열티 요구였다.

정부는 2002년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하면서 외국산 종자에 대해 품종 사용료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딸기 재배 농가에겐 높은 로열티가 부담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일본 도입종인 장희(아끼히메), 육보(레드펄) 등의 판매 비중은 85.9%. 반면 국내 육성종의 판매 비중은 고작 9.2%에 불과했다.

로열티가 부과되면 생산비는 10% 늘어나는 구조였다. 이에 정부는 국내 품종 개발에 속도를 붙였다. 2005년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국내 품종 '설향'을 개발했다. 설향은 장희와 레드펄을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설향 덕에 겨울로 제철 바뀐 딸기

설향의 성공은 딸기를 겨울철 과일로 바꿨다. 2000년만 하더라도 딸기의 제철은 봄이었다. 당시 가락시장에 반입된 딸기 중 70.7%는 3~5월에 집중됐다.

전체 딸기 중 일본 품종이 95%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레드펄은 겨울철 병충해에 약하고 과육이 물렀기 때문에 봄철에 수확했다.

반면 설향은 레드펄보다 생산량이 20% 높고, 크기도 크다. 겨울철에도 생육이 좋아 흰가루병에 강했다. 때문에 초겨울부터 수확이 가능했다.

당시 "땅에 묘목을 꽂기만 해도 재배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배가 수월했다.

설향은 2008년 점유율을 39%까지 끌어올리며 전체 품종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했다. 2015년에는 시장에 유통된 딸기의 78%가 설향 품종이었다.

설향 덕분에 일본 딸기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산 딸기 보급률은 92.9%까지 뛰었다.
◆ 겨울 딸기가 봄 딸기보다 더 달아

겨울에 딸기가 잘 팔리는 또 다른 이유는 당도에 있다. 농촌진흥청의 분석 결과 겨울 딸기는 12.5브릭스로 봄 딸기(10브릭스)보다 높다. 또 겨울철 딸기는 신맛도 덜 난다. 겨울철 딸기의 산도는 0.7%로 봄철(1.0%)보다 0.3%포인트 낮다.

겨울철 딸기의 당도가 높은 것은 수확 기간과 평균 기온 때문이다. 딸기는 꽃이 핀 뒤 수확하기까지 겨울철은 60일∼70일, 봄철에는 30일∼45일 정도 걸린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겨울엔 평균 기온이 저온으로 유지돼 소모되는 양분은 적지만, 성숙하는 기간이 늘면서 양분 축적이 많아진다"며 "겨울철 딸기의 열매가 크고 단단해지며 당도도 높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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