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애플 신사옥

입력 2017-02-08 17:58 수정 2017-02-09 06:50

지면 지면정보

2017-02-09A35면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지상에 내려앉은 UFO, 거대한 도넛, 우주선 캠퍼스 …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건설 중인 애플 신사옥은 커다란 원반 모양이다. 외면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곡면 유리로 장식한다. 건물 한가운데는 공원과 숲으로 꾸민다. 사옥과 주차장 지붕은 태양광 패널로 덮는다.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건 물론이고 인근 마을에도 공급한다. 수용 인원은 1만3000여명. 건설비 6조원의 대공사다.

당초 예정보다 2년 늦었지만 아직도 완공 시기는 미정이다. 올해 안에는 공사가 끝날 것이라지만, 업계에서는 생전 스티브 잡스의 깐깐한 요구를 다 충족시키려면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고 한다. 사옥 이름은 ‘애플 캠퍼스 2’다. 창의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구글도 사옥을 ‘캠퍼스’라고 부른다. 구글 사옥은 놀이터 같다. 직원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때론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니 더욱 그렇다. 잘 지은 사옥에서 일하는 직원의 창의성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옥 디자인은 오피스 건축 설계의 총아로 불린다. 1900년대 전반에는 대부분 고전적 형태의 건물을 높게 지었다. 뉴욕의 명물 크라이슬러빌딩은 에펠탑보다 높게 지어달라는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20세기 후반엔 디자인 흐름이 달라졌다. 1958년 위스키업체 시그램이 창사 100주년을 맞아 뉴욕에 지은 사옥은 외피를 유리로만 덮었다. 이른바 ‘커튼 월’을 완벽하게 구현한 첫 사옥이다.
기업의 이미지와 문화를 강조하는 사옥도 속속 등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바람을 일으킨 뉴욕 AT&T 빌딩이나 자동차 실린더 형태로 표현한 BMW 사옥이 대표적이다. 1930년대 미국 존슨 왁스 사옥은 위와 옆으로 넓게 트인 내부 공간에 커다란 버섯 모양 기둥이 숲처럼 들어찬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수제 바구니를 만드는 회사 롱거버거는 거대한 바구니 모양, 명품 기업 루이비통은 커다란 가방 형태로 사옥을 지었다.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건 역시 IT기업들이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페이스북도 파격적인 디자인을 도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신사옥은 ‘거대한 원룸’이다. 축구장 7개 규모의 세계 최대 개방형 오피스. 사장실도 따로 없다. 국내의 네이버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와 제주도의 다음 본사 사옥 스페이스닷원도 포털 사이트 특성에 맞는 ‘열린 디자인’을 활용했다. 사옥이야말로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 조직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 결정체다. 결국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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