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RCEP 추진을 적극 검토할 때다

입력 2017-02-07 17:54 수정 2017-02-07 23:47

지면 지면정보

2017-02-08A35면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통상행보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타격 우려
RCEP 창설 등 대응책 마련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세계 통상질서에 일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둘러 대응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은 자국 경제의 고용과 수출 증대를 최우선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정책 중에서 한국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대외통상정책을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바꾼다는 점과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강력하게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곧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다자통상체제를 버리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통상활동을 양자주의로 전환한다는 것의 의미는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를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는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우리도 200억달러가 넘는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등 미국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은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양자주의 추진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도 시정하려 들 것인데, 이는 전체 수출의 25%가 향하는 등 중국과의 교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시켜 미·중 간 교역이 축소 조정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TPP를 추진해 왔는데, 이 TPP의 중심국가인 미국이 탈퇴를 선언했다. 주요 통상국과의 FTA 체결이 부진한 일본으로서는 TPP 협정 체결에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실망이 클 것이다. 거기에다가 일본 역시 미국으로부터 대미 무역 불균형 시정이라고 하는 강력한 통상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정권의 자국제일주의 통상정책은 한·중·일의 기존 통상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가공무역입국을 추구하는 한·중·일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줄어든 부분을 어딘가에서 채우지 않으면 경제적 위축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창설이다. 한·중·일과 아세안(ASEAN)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로 구성되는 RCEP만 체결되면 미국에서의 통상 축소분을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교섭력에 상응하는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어 대미 통상 교섭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RCEP 추진 시 유의해야 할 점은 처음부터 너무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주의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RCEP 협상은 2013년 이래 진행돼 왔으나 개방 수위와 협상 주도권을 놓고 첨예한 이해관계 탓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참가국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조건부터 시작해 점차 자유도를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RCEP 창설을 앞당길 수 있다. ‘점진적인 시장 확대’와 ‘역내국가 간 협력체제의 강화’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면 큰 무리 없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현은 한·중·일을 적어도 통상면에서는 같은 처지로 만들었다. 한·중·일 3국 간에는 비(非)경제 분야에서 극심한 갈등 속에 있는 사안이 적지 않다. 하지만 통상문제는 이들 문제에 비해 훨씬 쉽게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이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RCEP의 추진 주체가 돼 구성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통상당국의 분발이 요망된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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