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0억 적자→1100억 흑자…농협은행 '기사회생'

입력 2017-02-06 19:18 수정 2017-02-07 04:25

지면 지면정보

2017-02-07A9면

조선·해운 부실 여신에 작년 상반기 최악의 적자

이경섭 행장 '비상경영'
STX조선 추가 손실 막으려 산은·수은에 자금지원 읍소

직원들 직접 연체 회수…비용 감축으로 수렁 탈출
조선·해운업 여신 부실로 지난해 상반기 3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위기에 몰렸던 농협은행이 연간 기준으로 약 1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깜짝 반전을 이룬 것은 임직원의 고강도 비용 절감과 함께 연체 채권 회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17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하반기 전체로 44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에도 예년 수준인 3400억원가량의 대손충당금 적립 및 농협중앙회 명칭사용료를 부담했지만,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만회했다. 연간 기준으론 약 1100억원 흑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1조3000여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사상 최악인 32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이경섭 행장(사진)은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농협중앙회 측에 ‘이번에 부실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부실 규모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반기에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건전성이 위태로워지고 국내외 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용도 하락으로 조달 금리가 오르면 경영은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이 위기에 처하자 김용환 회장은 농협금융 전 계열사 차원의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농협은행은 선수금지급보증(RG)을 한 STX조선해양 등의 선박계약에서 추가 손실이 생기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이 외국 발주처에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면 RG 계약을 한 농협은행이 대금을 물어줘야 한다. 이 행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을 거듭 찾아가 STX조선이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끊지 말아 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점 임직원들도 비상 영업에 나섰다. 이 행장은 “당시 한 여직원은 은행이 망하지 않게 해달라며 눈물을 흘릴 만큼 직원 모두 위기감이 컸다”고 전했다. 영업점 관계자는 “대출 연체가 발생했을 때 평소 같았으면 손실처리하고 부실채권업체에 넘기고 말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직원들이 직접 업체를 찾아가 채권을 추심해 십시일반으로 추가 손실을 막았다”고 말했다.
노후 영업점 리모델링 등 환경개선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PC 프린터 등 사무기기와 업무용 차량 교체를 연기하는 등 고강도 비용 감축에도 나섰다. 이 같은 노력으로 3분기 영업관리 비용을 전년 동기에 비해 4%가량 줄였다.

반전은 3분기부터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267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10월 한 달에만 1200억원 안팎의 이익을 거뒀다. 일각에선 “진작 이렇게 했으면 위기에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이 행장은 “지난해 부실 여신을 전수조사해 충당금을 쌓았고 산업분석팀을 보강해 기업 여신 심사를 강화했다”며 “올해부터는 다른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의 수익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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