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국 혼자서 앞서가겠다는 트럼프노믹스

입력 2017-02-06 17:59 수정 2017-02-07 01:58

지면 지면정보

2017-02-07A33면

불확실성 키우는 트럼프노믹스의 향배
트럼프는 '정치적 지지'를 즐길 수 있을까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작년 선거 기간에 강조한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들이 그대로 정책으로 집행될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취임식에서 강조한 ‘미국 제일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과연 어떻게 경제정책으로 구현될지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시장과 기업의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트럼프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총수요를 증대시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장 소요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투자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이미 완전고용에 근접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경기부양보다는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인프라 투자자는 건설 분야 근로자의 일자리를 만들겠지만 이미 이 분야 실업률은 2010년 21% 수준에서 작년 말 5.7%로 감소해 필요한 노동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자 감세를 통해 ‘레이거노믹스’와 같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자의 한계소비성향이 낮아서 이를 통한 수요 확대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논의되고 있는 ‘국경조정세’는 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비용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된 수출품에는 비용공제를 적용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품에 20%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부가가치세와 달리 국경조정세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또 걱정되는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에 압력을 넣고 간섭하는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다. 그는 취임 전 포드, 캐리어 등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았다. 마치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공식 발표했다. 중국, 일본, 독일이 환율을 통해 이익을 추구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중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 확대를 통해 성장률이 높아지고 국경조정세 등 미국 기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결국에는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불만을 제기한 환율문제가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간다”는 속담이 있다. 트럼프노믹스는 모두 함께 멀리 가기보다는 미국 혼자서 앞서가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노믹스에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기업인들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과 시장은 기업 이윤이 증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초래할 무역전쟁, 국가채무 확대, 고립주의 확대 등 비관적인 결과를 우려한다. 그러나 평균값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경제학자들은 중간값을 보는 정치인에 비해서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지 모른다. 성장을 통해 평균 소득은 상승했을지라도 소득 불균등이 심화돼 중간값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과거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속으로 웃을 것이다. “바보야, 중요한 것은 정치야”라고.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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