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간장게장

입력 2017-02-06 17:49 수정 2017-02-07 01:49

지면 지면정보

2017-02-07A35면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달큰하고 진한 간장에 은은하게 삭힌 게살의 쫀득하고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칠맛. 쪽쪽 소리를 내며 연신 빨아먹고 집게다리 속살까지 발라먹은 뒤 게딱지 내장에 윤기 나는 밥 한 술 비벼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앉은 자리에서 밥 두 그릇 정도는 게 눈 감추듯 해치우는 ‘밥도둑’의 대명사 간장게장.

조선시대 ‘게장 마니아’ 서거정은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의 집게를 이기는구나’라고 노래했다. 필탁(畢卓)은 유난히 게를 좋아하던 중국 진나라 시인. 중국에선 기원전 7세기부터 게장을 천제에 썼다니 오래 전부터 귀하게 대접받은 진미였던 모양이다.

옛날에는 게를 소금에 절여 먹었으나, 점차 간장을 써서 염분은 줄이고 맛은 더 살렸다. 조선시대에는 민물게로 담근 참게장을 주로 먹었다. 임진강변 파주 참게 맛이 좋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참게는 추수기 논에서도 난다. 알이 많고 내장이 기름져 으뜸으로 쳤다. 가을에 담가 이듬해 여름에 먹느라 조금 짠 게 아쉽긴 하다. 호남에선 벌떡게(민꽃게)로 만든 벌떡게장을 즐겼다. 간장에 재워 1~2일 만에 먹는데 신선하고도 달콤한 맛이 백미였다. 금방 ‘벌떡’ 먹어치워야 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요즘은 민물게가 드물어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나는 바닷게를 주로 이용한다. 대표적인 게 암꽃게로 담근 꽃게장이다. 봄에 잡은 꽃게는 살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으며 알도 풍부하다.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든다. 우선 꽃게 위에 파, 마늘, 생강 넣고 끓인 간장을 식혀서 듬뿍 붓는다. 2~3일 뒤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이고 식혀 붓는데 이걸 3회 반복하는 걸 ‘삼벌장’이라고 한다. 남은 간장물은 장조림이나 물김치에 활용한다.

꽃게에는 무기질과 아연, 칼슘과 철분 등이 많아 성장발육에 좋다. 타우린 성분은 간 해독을 돕는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도 예방한다. 신선한 재료와 영양 성분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장맛이다. 오랜 발효 과정을 거친 조선간장 특유의 깊은 미감이 어우러져야 최고의 간장게장이 완성된다.

최근 외국 관광객이 우리 간장게장집을 앞다퉈 찾고 있다. 지난해 미식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서울편’에 경복궁 옆 간장게장 전문점이 별 1개를 받은 뒤 더욱 그렇다. 이들을 사로잡은 맛의 비결 역시 청정 꽃게와 300년 대물림한 조선간장이라고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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