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최순실, 청와대 직원 비서 대하듯…연설문 직접 고쳐"

입력 2017-02-06 18:10 수정 2017-02-07 02:51

지면 지면정보

2017-02-07A29면

법정 속기록 '잘못된 만남' 최순실-고영태, 첫 법정 대면서 '폭로 공방'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몸통…불륜설 역겨워 답할 가치 없다"

최순실, 이성한 전 총장과 설전
이성한 "나를 미친놈 취급해 녹음"
최순실 "소송비용 5억 달라고 요구, 내가 다 했다니 억울…모두 공범"

최순실 씨(왼쪽)와 최씨의 비리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 씨와 한때 그의 최측근이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간 ‘잘못된 만남’의 끝은 ‘폭로전’과 ‘설전’이었다.

두 사람은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열린 재판에서 만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9차 공판에서다.

최씨는 법정에 들어서는 고씨를 뚫어질 듯 쳐다봤지만 고씨는 최씨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한때 최씨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던 고씨지만 이제는 확실한 ‘최순실 저격수’의 모습이었다.

최씨는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 두 재단의 기획 및 설립은 각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씨가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고씨 진술에 따르면 최씨는 재단 설립과 운영의 ‘몸통’이었다.

고씨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임직원 선정부터 연봉 산정, 해임 등에 이르는 모든 인사업무와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더블루케이의 실질적 운영자가 고씨’라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선 “최씨에 의해 회사에서 잘렸다. 내 회사였다면 잘릴 이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씨가 청와대 직원을 개인비서 대하듯 했고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걸 직접 봤다”고도 진술했다. 또 검찰 측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최씨와의 불륜설에 대해 묻자 고씨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 역겹고 한심하다”고 일축했다.
최씨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최씨 변호인은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 노출 약점을 알고 1억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씨는 “어떤 협박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최씨 소유라고 밝힌 태블릿PC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논쟁이 계속되자 재판장이 나서 “그건 법원에서 판단하겠다”고 중단시켰다. 모든 신문이 끝나고 최씨는 고씨의 마약 전과 등을 거론하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고씨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고씨가 계속 부정하자 “전부 내가 했다고 해 억울하다. 모든 사람이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고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도 충돌했다. 검찰 측은 지난해 8월 최씨가 이씨, 고씨와 함께 한강 반포주차장 내 차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파일에는 최씨가 “미르재단 문제를 차 전 단장에게 떠넘기라”고 이씨를 회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씨는 “미리 휴대폰을 다 걷었는데 누구 전화기로 녹음한 거냐”고 따졌다. 이씨는 “계획적으로 녹음했다. 나를 미친놈 취급하니까…”라고 맞받았다. 최씨가 “이씨가 소송해야 하니 땅을 사주든지 5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하자 이씨 측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상엽/박상용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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