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춘의 이슈프리즘]

일자리 창출? 트럼프에게 배워라

입력 2017-02-05 17:30 수정 2017-02-06 00:23

지면 지면정보

2017-02-06A34면

하영춘 < 편집국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
‘미국 대통령은 체스(서양식 장기) 플레이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더라도 전임 대통령의 체스게임을 이어받아 계속한다는 의미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주요 정책은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런 전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트럼프는 취임 보름 남짓 동안 ‘경악’의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케어 수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국 일본 독일에 대한 통화전쟁 선포 등. 체스판을 뒤엎어 버리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체스게임의 룰을 새로 정하는 중이다.

일자리 창출 방안 확고한 트럼프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는 정교한 집권 플랜을 갖고 있었다. 목표, 방법, 시간표, 수단이 분명했다. 목표는 ‘미국만 잘살기’다. 방법은 제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시간표는 취임 100일 내 골격 완성, 수단은 필요하면 ‘완력’을 사용하는 거였다. 여기에 열정을 보탰다. 삼성이 미국에 가전공장 신설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생큐! 삼성’이라고 새벽에 트위터에 올릴 정도니 말이다.

물론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장담할 순 없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벌써부터 탄핵이 거론되는 걸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그의 신념은 꽤나 확고해 보인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가능한 한 많이 유치하고, 이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취임 열흘 만에 ‘원-인, 투-아웃(One-In, Two-Out)제’를 도입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규제를 하나 만들려면 기존 규제를 반드시 두 개 이상 없애야 한다는 규정이다. 규제 75%를 없애겠다는 공약 이행을 위한 출발이다. 공무원도 2만명 이상 줄일 계획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농민들의 채소 과일 재배 방법까지 다 간섭하고, 개 사료 영양분까지 규제하는 주체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의 어설픈 일자리 공약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한국에서도 일자리는 최대 화두다. 대선 후보라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 대통령’을 외친다. 하지만 그들의 일자리 공약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공무원을 늘리거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거나, 민간부문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게 고작이다.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법인세를 올려 충당하겠다는 속내만 드러낼 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슨 무슨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규제완화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트럼프의 일자리 정책과는 정반대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인수위원회 없는 정권이 출범한다. ‘준비 안 된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각종 로비에 시달리지 않고 공약을 바로 실천할 수 있어서다. 잘만 하면 트럼프식의 전광석화 같은 공약 실천이 가능한 기회다.

이 기회를 활용해 정말 좋은 집권 플랜을 마련할지는 대선주자들에게 달렸다. 예측불허의 트럼프라지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일자리 정책만큼은 특히 그렇다.

하영춘 < 편집국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