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다수가 바보 같은 결정?…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집단사고'

입력 2017-02-03 17:38 수정 2017-02-03 22:14

지면 지면정보

2017-02-04A30면

CEO를 위한 경영학 <40> 오류 가능성 높은 집단의사결정

"우리가 최고" 과대평가와 폐쇄성
획일성 강요하고 경쟁자·경고음 무시…위험 대비 '컨틴전시 플랜' 마련 못해

'집단사고'의 위험 줄이려면…
집단 의사결정 과정 시스템화하고 다양성 가진 최고경영진 구성해야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고 해도 인간 본연으로서 가지는 다양한 인지적 편향성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전략적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을 어느 한 개인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해결안은 당연히 집단의사결정일 것이다. 여러 명의 경영진이 중지를 모아 고민하면 좋은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은 어떠한가? 뜻밖의 결과를 빚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가 보더라도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을 가진 훌륭한 경영자들이 모여서 전략적 사안에 관해 의사결정을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바보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가? 이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개인이 모여서 집단을 이뤘을 때 나타나는 소위 ‘집단역학’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이런 집단의사결정의 위험과 관련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바로 ‘집단사고’다. 집단사고에 대해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어빙 재니스의 설명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집단사고란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특정 결론에 대한 의견 일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구성원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생각과 의견을 억제하는 일련의 집단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집단사고 아래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객관적 분석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기 집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이뤄질 것이고 무엇을 하든지 정당한 것이라는 믿음이 집단 구성원 사이에 강하게 공유되고 있다면 집단사고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대외적으로 폐쇄성을 가지게 된다. 경쟁자 혹은 외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나아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부정적인 정보나 경고음을 무시한다. 끝으로 대내적으로는 획일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전체적인 합의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대안적인 생각을 구성원 스스로가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며, 만장일치에 대한 집단적인 허상을 공유한다. 간혹 구성원 일부가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면 집단 충성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나서서 막고, 해당 이탈자에 직간접적인 집단적 압력을 행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위와 같은 집단사고 현상이 집단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난다면 결과적으로 의사결정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전체 조직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집단사고가 초래하는 구체적인 결과들은 이렇다. 먼저, 주어진 의사결정 안건에 대해서 제한적인 대안만을 생각하게 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아예 사전에 배제하거나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제외시켜 버린다. 정보 수집 및 분석에서도 편향성을 띠는데 특히 추구하고자 하는 결론에 대해 긍정적인 정보는 확대 해석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한 채 해석해 축소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혹시 일이 잘못될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왜 집단사고 현상이 일어나는가? 재니스는 집단사고의 원인적인 요소를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집단의 응집력이다. 일단 응집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집단사고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의 구조적인 결함과 관련한 요인들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 조직 내외부와 단절돼 있어 객관적인 의견과 정보가 원활히 소통되지 않는 경우다. 또 리더가 자신의 편향된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집단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집단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이 사전적으로 정해진 일련의 절차와 체크리스트에 따르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 전개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역시 위험하다. 그리고 집단 구성원의 배경과 공통가치가 유사할 경우에도 참여자들의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집단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집단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적 요소들이 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심각하고 리더가 제시하는 해결안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다. 또 집단적으로 실패 경험이 있다든가 구성원이 주어진 전략적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해내기에 도저히 역부족이라고 느낌으로써 구성원의 자긍심이 낮아진 경우에도 집단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집단사고의 위험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집단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다. 먼저 구조적인 해결안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최소한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집단의사결정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적절한 균형과 건강한 견제를 확보하기 위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고 확인해야 하는 프로세스와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확립해 놓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다.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게끔 하는 시나리오 방법론의 명시적 활용도 집단적인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의사결정 참여자 중에서 소수의 특정인이 소위 ‘악마의 대변자’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것을 아예 명시적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직 내부 나아가 외부 전문가를 적절한 시점에 반드시 참여시켜 객관적인 의견을 경청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의사결정 참여자들을 소집단으로 나눠 각기 다른 의견을 생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사고를 유발하는 것 역시 효과적으로 집단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제도적으로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그런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진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역시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 본인이 집단사고의 잠재적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경계하려는 의도를 갖고 노력해야만 집단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리더가 결론을 먼저 제시하지 말고 의사결정 참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 위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방지책을 리더가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최고경영진 구성을 가능한 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의 명운을 가늠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은 이렇게 열린 시스템으로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진지한 토론을 거쳐야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집단사고에 빠지면 조직은 실패한다.

■ 집단의 응집력은 양날의 칼
집단사고 현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집단의 응집력과 관련한 내용이다.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조건 중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요인이 바로 집단의 응집력이다. 집단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 간에 추구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형성돼 있으며 서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거나 출신, 성장 배경이 비슷하다는 등 단일 혹은 복합적인 이유로 집단의 응집력이 강하다면 집단사고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응집력 없이는 집단 내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원활한 의사소통조차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응집력은 집단의사결정의 질을 좌우하는 양날의 칼이다. 요컨대 응집력은 집단사고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단합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분명히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다만 그런 집단의 단결력이 자칫 조직의 구조적인 결함이나 상황적 요인에 의해서 집단사고에 빠져들면, 이른바 ‘집단광기’로 돌변해 자기들만의 프레임에 갇힌 채 어처구니없는 의사결정을 하는 바보 집단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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