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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벌던 '만화광', 200억 투자하는 '만화왕' 되다…유정석 탑코 대표

입력 2017-02-05 08:27 수정 2017-02-05 15:27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
"올해 매출 목표 500억원…작가 발굴에 200억원 투자"
中·美·홍콩 등 5개국 진출…OSMU 신사업 예정

유정석 탑코 대표는 중국 웹툰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전세계에서 웹툰 IP의 사업 가치가 가장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 박희진 기자 ] "전부 제가 보는 책들은 아닙니다. 직원이나 작가들도 많이 빌려갑니다." (유정석 탑코 대표)

유 대표의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는 수 백권의 책이 가득했다. 시, 소설부터 철학, 경제, 경영 등 장르가 다양하다보니 취향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책 수집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누기 위해서다. 직원들이나 작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책을 읽곤 한다.

그를 만나자 마자 바로 알 수 있는 취향은 색깔이었다. 바로 '검은색'이다. 사무실의 바닥과 벽, 가구는 물론 입고 있는 바지와 셔츠까지도 검은색이었다.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그의 사무실을 둘러보자니 '성인 웹툰'으로 차별화를 꾀해온 웹툰 플랫폼 '탑툰'과 닮은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유정석 대표(사진·32)는 언론 인터뷰로는 처음으로 <한경닷컴>과 마주했다. 회사 설립자에서 경영 일선에 나선 지 이제 두 달째에 불과했지만, 회사에 대한 계획은 십년 후까지 세워놓은 그였다.

유 대표는 2014년 1월 탑코믹스를 설립했고 그해 3월부터 웹툰 플랫폼으로 '탑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범 당시 성인 콘텐츠의 비중이 90%에 육박했고 회원수는 30만명 정도였다. 창업한 해에만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웹툰계의 '신성(新星)'으로 주목받았다.

탑툰은 만 3년도 되지 않았지만 외형상으로는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외를 통틀어 1500만명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월간 페이지뷰(2016년 12월기준)는 1억건에 이른다.

성장세 만큼이나 변화도 있었다. 초기에 회사의 색깔을 대변했던 성인 콘텐츠 비중은 지난해 60%로 줄이면서 다양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명은 유 대표의 취임과 함께 '탑코믹스에서 '탑코'로 간결하게 변경했다. 시작은 성인 웹툰 플랫폼이었지만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탑툰'의 전략을 들어봤다.

-. 설립자이기도 한데 젊은 편인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공부보다 사업에 눈을 떴다. 고등학교 때부터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했다. 당시에 월급으로 200만~300만원 가량 벌었던 것 같다. 2010년, 스물 다섯살에 아예 마케팅 회사를 창업했다."

유정석 탑코 대표(32).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 원래 만화를 좋아했나?

"어릴 때부터 독서라고 하면 '만화' 빼고는 관심이 없었다.(웃음) 5년 전부터 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기 시작했고 나도 덩달아 보기 시작했다. 주로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했는데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되다보니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 웹툰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운영 중이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시험 삼아 성인 웹툰을 올려봤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유료 성인 웹툰 플랫폼의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었다. 당장 사업을 정리하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서 2014년에 1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 사업에 확신을 했으면서도 왜 처음부터 경영에 나서지 않았나?

"회사 초반 살림은 전문 경영인인 김춘곤 전 대표에게 맡겼다. 김 전 대표가 전문 경영인의 역량이 컸다면, 나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업계 인맥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 책임 경영에 나설 예정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돼 3년만에 CEO 자리에 앉게 됐다."

-. 김 전 대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예정인가?

"김 전 대표가 해외 사업을 맡고, 나는 국내외 사업 전반을 총괄할 계획이다. 이미 김 전 대표는 탑툰의 대만과 일본 진출을 주도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진출한 일본 시장은 현지 출판 업계와 관계를 다지고 독자들에게 탑툰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단계다.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와 카도카와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 대만에 진출한 현황과 시장에서 안착하게 된 비결이 있다면?

"첫 해외 진출이 대만이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대만 회원 수는 220만명, 웹툰 작품 수는 280편, 현지 작가는 50여명에 달한다. 2015년에 진출했으니 2년 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국내 인기 작품을 번역해 보여주는 식이 아닌, 대만 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현지 작가와 계약하면서 플랫폼을 구축했다."

입고 있는 옷부터 사무실 가구까지 검은색으로 맞춘 유정석 탑코 대표. 다소 차가운 이미지의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투자를 강조했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 최근 실적은 어떤가?

"탑코의 연매출은 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매출 중 약 30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대만 시장의 역할이 컸다."

-. 일본, 대만 외에도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가?

"올해 탑코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을 포함해 5개국 이상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중국에 탑툰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현지 플랫폼과 제휴가 아닌 단독으로 앱을 출시하는 국내 웹툰 업체는 탑툰이 처음이다."

-. 시작이 성인 웹툰이었던 만큼 국내에서는 성인물만 취급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성인 웹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웹툰 플랫폼으로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작가 발굴·양성을 포함해 사람 투자에만 200억원을 쓸 방침이다. 지난해 5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량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나 자신도 작가와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현지 웹툰 작가와 꼬박 8시간 미팅을 했다."

국내 탑툰 앱에서 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샛별이(위)'와 '청소부K'. / 사진=탑툰 캡쳐

-.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화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탑툰' 또한 계획이 있는가.

"연재 웹툰인 '동거'와 '성판 17'이 올해 웹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청소부K'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편의점 샛별이'를 포함해 3개 이상의 웹툰 지적재산권(IP) 기반 게임을 선보이는 것도 목표다."
-.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업 방향을 설명한다면.

"새 먹거리로 원소스멀티유즈(OSMU)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반을 쌓기 위해 연구·개발(R&D) 조직도 신설한다. OSMU 사업은 웹툰의 IP를 활용해 영상,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국내외 제작사로부터 꾸준히 영상화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우선은 판권 판매보다는 OSMU 관련 인재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향후 마블이나 디즈니같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업하고 싶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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