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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R&D 강화하는 산업단지 리딩 기업들 "히든챔피언 꿈꾼다"

입력 2017-01-12 16:19 수정 2017-01-12 16:19

지면 지면정보

2017-01-13B4면

산업단지 강소기업이 뛴다

유니락, 시흥에 250억 새 공장
고영테크, 매출 연 20% 안팎 성장
에이스기계, 포장박스 접착 자동화
아프로알앤디, 5년새 설비 4배 확장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아프로알앤디 임직원이 전자부품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아무리 불황이 닥쳐와도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줄이지 않는다. 미래 먹거리 창출의 원동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포천 1000대 기업은 평균 3.6%지만 독일 히든챔피언은 6%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 점화된 요즘엔 이 비율이 10%대에 이르는 히든챔피언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국내 산업단지에도 이런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오히려 불황일수록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6년 ‘KICOX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남동산업단지의 유니락(사장 유명호)이 한 예다. 이 회사는 2016년 매출이 320억원(추정치)으로 전년보다 27.5%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7년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관이음새 전문업체 유니락은 올해 경기 시흥시 소재 산업단지인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에 총 250억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한다.

유명호 사장은 “부지 2만㎡, 연건평 1만1000여㎡ 규모의 공장을 짓고 첨단설비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비 투자와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 매출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제품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유니락은 튜브 피팅과 밸브 등 초정밀 관이음새 전문 제조업체다. 튜브 피팅은 튜브와 튜브를 연결하는 부품으로 내부 물질이 새어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 회사는 재질 형태 크기별로 총 6000여가지를 생산한다. 석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조선소,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수출 국가는 미국 등 40여개국에 이른다. 유 사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불황 때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술 지이엔 사장이 시화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연구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에 있는 ‘3차원 자동화 검사장비’ 세계 1위 기업인 고영테크놀러지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전략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두 걸음 앞서가는 제품 개발’이다.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든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 회사는 작년 9월 말까지 매출이 1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었다. 거의 매년 20% 안팎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의 원동력은 연구개발에 주력해 차세대 제품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제품은 대부분 국내외에서 첫선을 보이는 제품들이다. 원천기술로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첨단제품 선점 전략을 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수술용 의료로봇’에 대한 제조 허가를 획득했다. 뇌수술용 의료로봇은 △수술침대에 부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된 로봇 플랫폼 △3D 인체 스캔 센서 △수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수술 전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을 기반으로 자사의 3D 센서기술과 로봇시스템을 이용, 실시간으로 환부와 수술도구 위치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수술도구의 위치 및 자세를 자동으로 지도해주는 시스템이다. 고영은 2011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에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참여하며 의료로봇 기술개발을 시작해 5년 만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고광일 사장은 “3차원 측정검사 분야에서 축적한 메카트로닉스 및 측정기술을 접목, 혁신적인 뇌수술용 로봇을 개발했다”며 “세계 최초의 침대 부착형 고정밀 수술로봇을 통해 수술 성공 확률을 높이고, 어려운 신경외과 수술 보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영은 국내외 연구소를 통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 약 150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 전체 종업원의 약 40%에 이르며 이와는 별도로 올 들어 3개의 인공지능 및 스마트팩토리 관련 연구소를 미국과 KAIST에 설립했다. 기존의 주력 제품인 3차원 납도포 검사장비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를 1800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이 3차원 뇌수술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처럼 신기술 신제품을 개발하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기업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시화MTV 소재 ‘포장박스 자동접착기’ 생산업체인 에이스기계 역시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길이가 13~25m에 이르는 자동화설비다. 모서리가 재단이 된 빳빳한 판지를 접고 접착해 상자를 만들어준다. 주로 화장품 음료수 과자 등의 상자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제품을 본 바이어들은 과연 “에이스”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 정도다.

이 회사의 이철 사장은 “작업준비 시간을 대폭 줄여 생산성을 높인 데다 독일 산업디자인업체에 의뢰해 미려한 디자인으로 고급화 전략을 쓴 펼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고급화 전략을 편 결과 유럽과 미국의 빅바이어들에게도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회사는 수출에 적극 나섰지만 빅바이어들을 뚫지 못했다.

이들은 주로 유럽 제품만을 찾았기 때문이다. 에이스기계는 기존 시화산업단지 공장을 2014년 초 시화MTV로 이전하면서 과감하게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스위스 설비 등 비싼 장비를 과감하게 사들였고 연구개발능력도 확충했다. 특히 독일 산업디자인 전문업체에 의뢰해 디자인도 미려하게 바꿨다. 이 사장은 기계도 예쁘고 효율적으로 디자인해야 팔린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병완 영완 사장은 “우리가 생산하는 부품은 인명과 직결돼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기자

독일의 파일로트피쉬라는 디자인 업체에 의뢰해 기계 디자인도 확 바꿨다. 파일로트피쉬는 베를린 뮌헨 암스테르담 등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전략적 디자인 및 이노베이션 컨설팅 업체로, 보쉬 지멘스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들도 파일로트피쉬의 고객이다. 반응은 놀라웠다.
이 사장은 “작년 6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쇄전시회인 ‘뒤셀도르프국제인쇄전시회(drupa)’에 신제품을 전시한 결과 바이어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성능이 뛰어난 데다 맵시 있는 디자인으로 변신하니 주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계도 예뻐야 잘 팔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2억~5억원이던 대당 가격은 2억~15억원대로 뛰었다. 최고 가격이 3배로 오른 것이다.

서울디지털단지에 있는 아프로알앤디는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전자부품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이 회사는 시험검사 영역을 넓히며 최근 5년 새 설비를 4배 확장했다. 조만간 약 80억원을 투자해 첨단 검사장비와 연구설비를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의 김형태 사장은 “구로에서는 반도체 및 첨단 재료 분석을 위한 설비투자를 늘렸고 성남공단에서는 부품 신뢰성 테스트 장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는데 더 이상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서울 인근 산업단지에 공장을 확보해 전자파 관련 시험설비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연구개발의 끈을 놓지 않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며 “독일의 강소기업이 강한 것은 바로 이런 연구개발과 전문화, 글로벌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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