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지방공무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초과근무 월 40시간 넘어…밤 10시 퇴근도 다반사
각종 인·허가 업무 많아…민원인 '갑질' 대응 고역

'능력부족' 지적도 옛말
'SKY대' 출신 많아져

일러스트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서울시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는 A과장은 올 9월부터 지난주까지 매주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 매일 밤 10시 이후에 퇴근했다. 9월엔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10월엔 내년도 예산안을 짜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다. 11월과 12월에도 시의회 예산안 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A과장은 “주변 사람들이 ‘칼퇴근하는 직업이라서 부럽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솔직히 화가 난다”고 했다.

◆“일부 공무원들 때문에…”

우리나라 공무원은 크게 국가 및 지방공무원으로 나뉜다.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3만7654명.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은 36만3691명이다. 상당수 국민이 생각하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방공무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인허가를 받거나 민원 신청을 할 때 시청 및 구청 등 지방공무원을 수시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고용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인 동시에 민간 기업에 비해 업무량이 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오명은 덤이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로 지방 공무원의 자질 부족 및 각종 비리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에 근무하는 B과장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일부 공무원의 일탈 때문에 모든 지방공무원이 욕을 먹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방공무원들은 지자체의 업무량이 중앙정부와 비교해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도시계획 수립 및 각종 인허가권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서울시 공무원의 월평균 초과 근무시간이 40시간을 웃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앙·지방 인사교류를 통해 올초부터 지자체 부단체장으로 근무 중인 행정자치부의 B국장도 “중앙정부에 있을 때는 지자체의 업무량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멱살 잡는 ‘갑질 민원인’

지자체 공무원의 주요 핵심 업무 중 하나는 민원인을 만나는 일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C과장은 “지자체 공무원은 인허가 등을 심사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민원인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며 “낮에는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했다.

욕설뿐 아니라 폭행까지 하는 ‘갑질’ 악성 민원인도 적지 않다. 서울 한 구청의 도로관리과에서 근무하는 D주무관은 “사무실에 찾아와서 고함을 지르고 멱살까지 잡는 악성 민원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장은 지역 주민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악성 민원인이라도 지역 주민이라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SKY 출신 몰리는 지자체

지방공무원은 국가공무원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행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지방공무원들의 설명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지방공무원의 64.2%가 대졸 이상이다. 1980년대에 입사한 고졸 출신 50대 공무원들의 퇴직이 늘어날수록 지방공무원의 평균 학력 수준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지방공무원에 몰리는 현상도 뚜렷하다.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 시험은 87.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가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서울시 9급 합격자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SKY’ 출신 공무원도 매년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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