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동서발전 내년 상장 추진

지분 30% 민간에 매각…경영 투명성 확보 기대

발전사 6개로 분리됐지만 판매 사업자는 한 곳 뿐
기형적 구조 개선 '시동'
정부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을 내년에 상장시킬 방침”이라고 8일 발표했다.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취지다. 전력 판매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2년 전 실패한 전력시장 민간개방 계획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노조 반발에 멈춘 민영화

전기는 ‘발전-송전-배전’의 과정을 거쳐 가정 등에 공급된다. 발전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고 송전은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배전은 변전소에서 각 가정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한국전력이 이 세 가지 사업을 모두 독점했다.

2001년 화력발전 5개사(남동·동서·남부·중부·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자회사로 분리되며 발전부문이 한전에서 떨어져 나왔다. 1999년 만들어진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발전 자회사를 상장한 뒤 경쟁을 통해 싼값에 전기를 생산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더 나아가 한전의 배전 독점구조를 깨고 다수의 사업자가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소매 판매 시장 개방이 골자였다. 이동통신 시장이 공기업 독점에서 민간 사업으로 재편된 것과 비슷한 모델이다.

하지만 한전에서 발전 자회사가 분리된 뒤 발전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런 계획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발전 자회사 상장은 곧바로 물거품이 됐다. 노사정위원회는 2004년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을 중단하라는 권고까지 내렸다. 발전회사는 6개로 분리했는데 그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여 가정에 판매하는 사업자는 한전 한 곳뿐인 기형적인 구조가 15년간 이어진 이유다.
“경쟁하면 전기료 낮아질 것”

남동·동서발전의 지분 30%가 민간에 개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발전업계에서는 “2004년 후 멈춰섰던 전력 판매시장 민간개방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주주가 들어오면 경영이 투명해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다만 현 시국과 맞물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전 자회사 상장 외에도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하다.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민간 사업자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용자에게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발전과 송·배전 판매부문이 모두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며 “전기요금을 한전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데 민영화하면 이런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 교수는 이어 “민영화로 전기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해외에서는 대체적으로 경쟁체제 도입 후 요금이 줄어든 사례가 더 많다”며 “일본도 지난 4월 전력 소매시장을 자율화했는데 요금이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야당과 노조가 반발할 만한 정책을 굳이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인데 혼란한 시기에 발전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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