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급되면 내년에 나가란 뜻이죠"

"정권 바뀌면 1급 이상 교체"
고위직 진입 앞둔 과장들도 승진 대상될까 '좌불안석'
올 연말 고위공무원단(1~2급) 승진 심사를 앞둔 A부처의 K과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뒤 기분이 착잡하다. 승진 탈락에 대한 우려 탓이 아니다.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K과장은 현 정부가 추진한 핵심 국정과제를 맡고 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고위공무원이 대거 교체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승진을 미루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30일 각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공직사회에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퇴진을 선언하면서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갈이 인사’가 뒤따르는 새 정부 출범이 이르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와중에 연말에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면 ‘단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일부 부처에서 뚜렷하다. 최근 고위직 인사를 한 행자부에선 본부의 국장급 간부들이 앞다퉈 각 시·도 부단체장을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내년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조용히 지방에서 근무하다가 중앙으로 올라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문체부는 연말 1급 심사를 앞두고 대상자들이 대부분 승진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1급 공무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선별해 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탓에 현 정부의 1급 고위공무원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 정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