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택시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달릴까

입력 2016-11-30 17:38 수정 2016-11-30 22:47

지면 지면정보

2016-12-01A33면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언제부터인가 택시를 타면 주행거리를 물어보게 됐다. 일반 승용차는 10만㎞ 넘게만 타도 상당히 오래 탄다고 하는데 택시기사님께 여쭈어 보니 택시의 경우에는 40만~50만㎞는 거의 기본으로 탄다는 것이었다. 어떤 기사님은 60만㎞ 이상 달리고 나서 그 차를 해외에 수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15년째 타면서 14만㎞ 정도를 달린 내 자동차가 새 차처럼 생각됐다. 아마 이 차로 50만㎞를 달리기 전에 내가 먼저 폐차 처분 당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자동차가 내 인생의 마지막 자동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타고 다녔다.
그런데 말이다. 요즘 14만㎞밖에 달리지 않은 내 자동차가 자꾸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수리점에 맡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택시로 치면 겨우 2년 정도 달린 주행거리인데도 내 자동차는 왜 벌써 고장이 잦은 것일까.

그 답을 한 운전기사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저희야 다 자동차 전문가고 항상 차를 타고 다니니 차가 조금만 이상하게 느껴져도 바로 원인을 찾아서 고치거든요. 그러면 차를 오래 탈 수 있죠. 아마 일반 분들은 차에 이상이 생겨도 잘 모를 거고 아무래도 관리를 택시기사들만큼 할 시간이 없잖아요”라는 얘기였다.

사실 엊그제도 수리점에서 “아마 얼마 전부터 차가 좀 이상했을 텐데 못 느끼셨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택시기사님의 말씀이 맞다. 내가 자동차 전문가고 차의 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수리점에 가서 고친다면 다시는 새 차를 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게 자주 차를 수리하러 갈 시간도 없다. 할 수 없이 내 차가 낡아가고 있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항상 의사를 동반하고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바로 치료받는다면 모든 사람이 100년 이상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담 의사에게 급여를 지불하고 매일같이 치료비를 낼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동차가 낡아 가듯이 이렇게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다. 하루건너 병원에 다니고 전담 의사를 둔다면 우리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바로 파산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즉 늙고 죽는 것을 각오하고 오늘도 우리는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늙고 죽는 것은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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