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낮췄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한 가운데 유독 한국만 낮췄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3.3%) 그대로를 유지했다. 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정치 불안, 김영란법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지출 증가세 둔화 때문이라고 한다.
OECD는 한국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율이 올해 3.8%에서 내년 2.8%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수가 부진한 와중에 그나마 성장을 견인해온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면 성장률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OECD의 이 같은 추정은 내년 지출예산 증가율(0.6%)이 급격하게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비교적 긴축적으로 내년 예산을 짰다.

재정건전성은 물론 중요하다. 우리가 본란에서 이를 지지해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고 2%대 저성장이 지속되는 마당에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게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지난 6월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13년 만에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계잉여금과 세수로 20조원가량의 재정 지출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유일호 부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 3분기 성장률은 0.7%에 그쳤고 4분기에는 아예 0%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재정운용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GDP 대비 비중은 40.6%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가 한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그래서다. 그 와중에 세금은 블랙홀처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총국세는 전년보다 13.6%나 더 걷혔다. 재정 지출 증가는 둔화되고 세금은 늘어나니 내수가 살아날 리 없다. 너무 보수적인 재정 운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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