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함박눈 오는 날 유안진(1941~ )

입력 2016-11-27 18:12 수정 2016-11-28 01:44

지면 지면정보

2016-11-28A2면

함박눈 오늘 날 - 유안진(1941~)

골목마다 아이 내가
거리마다 젊은 내가
함박 함박 웃고 간다

경주 남산 바위굴에서 빠꼼 내다보는
할매부처 내가
온종일 함박 함박 웃는다
저 혼자서 말이다.

《숙맥노트》(서정시학) 中


눈은 겨울이 가져다주는 큰 선물이다.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시인은 웃음을 준다고 했다. 어린 시절 눈오는 골목에서, 젊은 시절 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기뻐하던 추억도 떠오른다. 또는 세상에서 좀 비켜나 바위굴의 ‘할매부처’ 같은 시인이 눈세상을 ‘빠끔’ 내다보면서 웃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세상이 어지럽다. 삶의 환경이, 조건이 나빠지고 있다. ‘함박눈’ 같은 기쁨이 우리에게도 왔으면 참 좋겠다.

문효치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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