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입력 2016-11-27 20:14 수정 2016-11-28 03:09

지면 지면정보

2016-11-28A21면

현장에서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청와대 약품 구입에 관여하는 사람은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입니다. 저는 비서실 소속으로 결재 라인에 속해 있지 않아 어떤 약을 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26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주치의 시절 진료 관련 의혹이 커지자 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다. 쏟아지는 질문에 서 원장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의혹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원장은 2014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다. 이 기간 청와대는 ‘고산병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팔팔정을 구입했다.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리푸로 주사제, 전립선비대증과 탈모 치료에 쓰이는 프로스카도 샀다.
청와대 의무실에서 산 각종 마취제는 잘못 사용하면 대통령에게 직접 위해가 될 수 있다. 프로스카는 호르몬 교란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여성은 손으로 만지는 것도 금지된다.

서 원장은 약품 구입 내역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비아그라 외에 모두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주치의 시절 청와대에 대통령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약이 반입되고 있었는데도 까맣게 몰랐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비아그라와 팔팔정, 프로스카 구입 이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한 의사는 “고산병에 비아그라를 쓰는 일은 있어도 팔팔정을 쓴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의사들이 흔히 처방하는 패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 약은 모두 사용설명서에 여성에게 처방하지 말라고 돼 있다. 프로스카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의사는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남성의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 치료를 위해 청와대 의무실이 전문의약품을 비치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 원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단골 동네의원이었던 김영재의원과 인연을 맺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 서 원장은 “김 원장 부인인 의료기기회사 대표 박모씨가 (자신들이 개발한) 성형용 실을 써달라며 찾아와 성형외과를 연결해줬다”며 “최씨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해당 의원과 의료기기회사는 의료계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이후 서 원장은 이 실을 산부인과 내시경 수술 봉합용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전문의 자격도 없는 김 원장을 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외촉했다가 2주 뒤 해촉했다. 김 원장 위촉은 서울대병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서 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더욱 커지는 배경이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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