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창업 야전침대 문화 일궈
'늑대 정신'으로 통신장비 석권
지난 5월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이 섰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이 참석한 ‘전국과학기술혁신대회 3회’에서 그는 “혁신을 핵심 경쟁력으로 조국의 100년 진흥을 위해 분투하자”고 연설했다. 이는 런 회장의 중국 내 위치를 알려주는 장면이다.

런 회장은 지금은 최고의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944년 태어나 구이저우성 산간마을에서 자란 그는 충칭건축공정학원에 진학했다. 대학 3학년이던 1966년 문화혁명이 터지자 교사이던 부친이 반동분자로 낙인 찍히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오갈 곳 없던 그는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연좌제 때문에 10년 넘게 공산당에 입당하지 못했다. 감군 계획에 따라 1984년 제대한 그는 작은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부사장까지 올랐지만 사기를 당해 사직해야 했다. 1988년 선전에서 친구 5명과 2만위안(약 250만원)의 자본금으로 화웨이를 세웠다. 43세 때였다. 초기엔 화재경보기 등을 팔았다. 우연히 기업 등에서 소형 전화교환기 수요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고 홍콩에서 교환기를 들여와 팔았다. 여기서 돈을 번 런 회장은 직접 교환기를 만들기로 했다. 화웨이의 ‘야전침대 문화’가 이때 시작됐다. 제품 개발을 하다 지치면 연구실 한쪽에 있는 야전침대에 쓰러져 눈을 붙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화웨이의 살아있는 신화다. 1997년 대토론을 거쳐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화웨이기본법’을 제정했고, 1998년 화웨이의 정신을 상징하는 ‘늑대문화’를 설파했다. 늑대의 끈질기고 굴하지 않는 도전 의식과 공동체 의식, 발달한 감각 등을 본받아 끊임없이 혁신과 도전에 나서자는 것이다. 또 2000년 사내창업, 2007년 1만명 직원 권고사직 등을 통해 화웨이의 체력을 다지고 체질을 개선했다. 72세인 그는 회장직을 유지하며 후계자를 키우고 있다. 화웨이는 3명의 대표이사(CEO)를 뽑아 6개월씩 임무를 맡긴다. 런 회장이 새떼가 날아갈 때 선두를 바꿔가며 무리를 이끄는 걸 보고 이를 회사에 적용한 것이다.

선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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